전세는 종잣돈 역할하지만 월세는 ‘사라지는 돈’

월세 471만 가구 중 세액공제 가구는 ‘고작 7%’

착한 임대인에 재산세 감면 등 인센티브 혜택을

전월세 전환율이 2.5%로 낮아져 세입자들의 부담이 다소 낮아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가 많다. 세입자들이 월세 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전세는 내집마련을 위한 강제저축이고 종잣돈이지만 월세는 소멸형, 즉 ‘사라지는 돈’인 탓이다.

한국감정원이 2년 전 분석한 결과에서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10~15%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게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작다고 여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로 보증부월세든 순수월세든 월세가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대비해 월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일부라도 돌려 받는 돈’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월세를 내고 돌려 받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대상자가 적고 받는 돈도 쥐꼬리라는게 문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고 월세 공제 대상과 혜택을 늘리면 반전세·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세 비중이 55%에 도달한 2014년 월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긴 했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연소득 중에서 종합소득액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전용 85㎡ 이하 주택에서 월세를 살 경우 10%를 돌려받는다. 공제한도는 750만원. 월세 62만5000원, 연간 총 750만원의 월세를 냈다면 10%인 7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경우 공제율이 12%로 올랐다.

월세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2018년 기준 총 33만9762명, 공제 금액은 1056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31만원 가량이다. 다달이 내는 한달 월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2014년엔 16만2484명, 414억원에 불과했다. 4년 사이 공제받은 사람이 2배 늘어난 것은 월세 전환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총 가구수는 2018년 기준 2050만가구로 이 중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도 포함) 가구는 23%인 471만 가구다. 같은 해 약 34만 가구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는데, 전체 월세 가구 중 고작 7%에 해당한다. 전체 월세 세입자의 93%는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은 전국 16.1%, 수도권은 20.0%에 달한다. 월급의 20%를 주거비에 쓸 정도로 주거비 부담이 크지만 이에 비해 공제혜택을 받는 비율은 미미한 셈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이 저소득층 위주로 적용되는데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이라면 월세 세액공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공제를 받아 이미 한도가 다 찬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집주인에 대한 ‘패널티’ 위주의 정책으로는 월세 부담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월세 임대인에게는 종합부동산세와 일부 양도세 혜택 정도는 줘야 정부도 월세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도 “장기 임대의 경우 재산세 면제,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문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