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새로 지어 공급하는 것은 양을 늘려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양질의 집을 구입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작 내 집 마련 가구는 그리 늘지 않았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아파트 1000만 시대’가 열렸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길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빚을 내지 않고서는 새집을 분양받기 어렵다. 민영아파트의 신규 분양가는 지난달 기준 3.3㎡당 전국 평균이 1247만원, 서울 평균은 2676만원이다. 서울 전용 59㎡(옛 25평)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6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자금을 마련하고 청약을 해도 당첨은 운에 맡겨야 한다. 올 6월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역대 최고치인 40대 1이었고, 수도권 내 56개 분양 아파트 단지 중 12개 단지는 100대 1이 넘었다.

새집을 부담 가능하고 질서 있게 공급하기 위한 분양가 규제와 청약제도는 1977년과 1978년에 각각 도입돼 그 역사만 40년이 넘는다. 분양가 규제는 폐지와 재도입을 번복해가며 점철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1980~1990년대에는 내 집 마련에 기여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은 2~3년 정도의 월급을 모으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양가 상한제로는 그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이미 너무 가격이 오른 시점이다. 가격을 규제해도 부담 가능하지 못한 수준이다.

청약 제도는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질서와 배분의 원칙을 세우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원칙이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9월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이 폐지됐고 2013년 5월에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에게 청약 1순위 자격을 부여했다.

청약통장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문제도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551만명이며, 이 중 수도권에 1482만명이 있다. 인구 2명당 1명은 청약통장이 있는 셈이며, 1순위 청약자는 무려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1450만명이다. 청약통장의 대량화는 청약이 있는 곳에 가수요와 과열을 낳으며, 악용되거나 투기화로 쉽게 변질할 개연성을 키워왔다.

‘주택의 금융화(financialization)’도 엄습해왔다. 집이 거주공간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이 아닌 부의 축적을 위한 자산·투자 이익을 얻는 수단, 글로벌 금융자본의 증식 통로가 된 것이다. 집이 글로벌 유동자산으로 부각하면서 기관투자가, 법인, 다주택 임대인 등이 이러한 과정에 주로 동참했다.

집 지은 만큼 내 집 마련 가구가 늘지 못한 까닭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4년간 내 집 한 채 가진 가구는 전국적으로는 17만9000가구가 늘었지만 이 기간에 지어진 새집 217만호의 8.2%에 불과하다. 서울은 같은 기간 30만호의 새집을 공급했지만 되레 9270가구가 줄었다. 부산·대전·전북·전남·경북도 줄었다.

반면 모든 지역에서 다 늘어나는 것은 집 두 채 이상인 다주택자들이다. 2018년 기준으로 유럽 21개 국가의 평균 다주택자 비율은 15.1%인데 비해 한국은 27.4%다. 다주택자를 탓할 수만은 없다. 노후 복지가 없었던 시절에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집착을 나무랄 수만 있을 것인가. 또 그러한 온상을 경제와 시장 살리기를 담보로 묵인하에 제공한 정부 탓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조성될 3기 신도시와 더불어 수도권에는 127만호의 새집이 공급될 예정이다. 부담 가능하게 공급하기 위한 치열한 정책 고민과 새로운 모델이 절실하며, 경쟁하는 청약에서 늘 밀려나는 이들에겐 패자부활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새로 지어지는 많은 집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더는 익숙한 절망과 불편한 희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LHI) 주거안정연구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