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걷기 좋은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단풍도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멀리 떠나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두드림길이 조성돼 있다. 2000년대 들어 걷기 열풍이 불면서 지자체 등에서 우후죽순으로 길을 만들었는데, 접근성과 편의성, 생태문화적 가치 등을 고려해 이를 두드림길로 정비한 것이다. 서울의 두드림길은 모두 151개 코스에 854km가 조성돼 서울 어디에서나 집을 나서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두드림길은 다섯 가지 유형이 있어 취향에 따라 걷기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북한산과 관악산 등 서울을 크게 감싸는 네 개의 산인 외사산을 도는 서울 둘레길은 8개 코스에 157km, 남산~인왕산~북악산~낙산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의 4개 산인 내사산을 잇는 한양도성길은 6개 코스 18.6km다. 서울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작은 산자락에 조성된 근교산 자락길은 15개 코스에 36.3km에 이른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생태문화길은 89개 코스에 397km로 가장 많고 길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한강지천길도 33개 코스에 245개 코스다. 서울 두드림길 홈페이지(www.gil.seoul.go.kr)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과 가까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워낙 길이 많아 선택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서울시에 명품길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반응, 현장 답사, 접근성과 편의성을 비롯한 길 조성 현황을 바탕으로 5곳을 추천했다. 서울시가 추천하는 명품길을 소개한다.
▶서울둘레길 1코스 수락ㆍ불암산 코스=서울 외사산을 돌아보는 둘레길의 제1코스로 수락산과 불암산을 통과하는 14.3km 노선이다. 대체로 완만해 전문적인 트레킹 기술이 없이 걸으면서 수락산과 불암산은 물론 도봉산과 북한산의 수려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선 서울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비교적 긴 코스로 소요 시간은 6시간30분 정도 걸리지만 운동을 겸해 삼림욕을 즐기고, 자연과 도시를 조망하면서 걷는다면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내기에 적합하다.
▶한양도성길 백악구간=창의문에서 백악을 넘어 혜화문에 이르는 구간으로 약 4.7km 노선이다. 북악산으로도 불리는 백악(342m)은 옛 서울의 주산으로, 한양도성이 이어지는 내사산 가운데 가장 높다. 산세가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다우며 이를 잇는 한양도성의 견고함은 역사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1968년 1ㆍ21 사태 이후 40년 가까이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2007년 개방됐다. 지금도 창의문과 숙정문, 말바위 안내소를 입장할 때에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3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단풍으로 물드는 자연과 한양도성은 물론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서대문구 안산을 한 바퀴 도는 7km 코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약자는 물론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무장애 자락길이다. 구간별로 아까시숲, 메타세콰이아숲, 가문비나무숲 등 다양한 숲을 즐길 수 있으며,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한강과 인왕산, 북한산, 청와대는 물론 빌딩 숲을 이룬 서울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자락길 주변에는 서대문독립공원과 형무소,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봉수대, 신라 진성여왕 시기에 창건된 봉원사 등 역사적인 명소도 있으며, 연세대와 이화여대 캠퍼스로 이어진다. 코스는 길지만 완만해서 2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초안산 나들길=도봉구 남단 창동에 있는 산으로, 아주 작은 산이지만 면적에 비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기자기한 길이 고루 퍼져 있다. 초안산 나들길은 약 4.6km 구간으로 약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조선시대 내시들의 묘가 많아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렸으며 조선시대의 분묘 1000여 기가 산재해 있다. 편안한 안식처를 정한다는 의미에서 초안산(楚安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골프연습장 개발 계획을 저지하고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다양한 생태와 서울 동북지역을 조망할 수 있다.
▶서울숲 남산 나들길=서울숲에서 시작해 응봉공원, 금호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에 이르는 8.8km의 코스로 약 3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10년 성동구에서 조성한 산책로로 자연생태가 살아숨쉬는 서울숲은 물론 유유히 흐르는 한강, 시가지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서울숲은 115만㎡의 넓은 부지에 다양한 테마공원을 갖추고 있다. 응봉공원 전망대에서는 서울숲과 한강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어 야경 촬영지로도 이름이 높다. 남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로 가족 또는 연인이 생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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