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강행, 실효성 한계 드러내
대상 사건·권고 미존중시 요건 등 마련 목소리
“운영 등 근거규정, 대검 예규 아닌 법률에 둬야”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한 것을 계기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권에 대한 시민 통제 차원에서 출범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실효성 등 제도 전반에서 뚜렷한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제도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수사심의위가 열린 사건은 총 10건이다. 앞선 8건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론에 따랐으나 최근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삼성 합병 의혹 사건에서 이 부회장을 결국 재판에 넘기면서, 최종 처분이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가 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경우는 아직 강요미수 혐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최종 처분이 나지 않았고 서울중앙지검이 계속 수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권고 며칠 뒤 검찰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 집행 중 사상 초유의 검사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감찰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검찰이 아닌 사건관계인 신청으로 열린 사안들이다.
검찰 안팎에선 현행 수사심의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절차의 시작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어느 사건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열리고 어느 사건에서는 열리지 않는지, 해당 사건에 참여할 위원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구성되는지 깜깜이”라며 “결정적으로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지 않고 최종 결론을 낼 경우 그 요건과 사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사 내용과 관련 법리 등을 전면 재검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이 실제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지난 6월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2개월 넘게 미뤄진 최종 처분이 결국 권고와 정반대의 결론이었다는 점에서, 수사 기간만 지연되고 실효성 한계만 노출한 셈이 됐다.
때문에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검 예규로 규정된 운영지침을 아예 법률에 둬야 한다는 제언도 적지 않다. 김 변호사는 “수사를 시민이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취지에 맞게 심의 대상 사건, 권고 후 처분 기한, 검찰이 권고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의 요건과 절차 등을 엄격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검찰이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심의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삼성 사건이나 채널A 사건에서 보듯 지금처럼 검찰 예규로 수사심의위가 운영되는 것은 논란만 가중시키고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나마나한 절차가 되고 수사 신뢰만 떨어뜨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폐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검찰 수사와 기소에 미국의 기소배심 같은 국민 사법참여를 꼭 도입한다면 입법으로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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