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스페인 하숙’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윤식당’. 올초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한국 방송제작자들은 앞다퉈 스페인을 찾았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풍부한 음식문화, 뿌리 깊은 역사와 이국적인 발음 등이 한국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이렇게 매력 넘치던 스페인은 지금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전체 국가총생산(GDP)의 14.6%를 차지하고 27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페인 관광산업이 상반기 70% 이상 위축됐다.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에 스페인 정부도 힘겨운 모양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정부는 피해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임금보전 정책인 임시해고제도(ERTE)를 도입해 고용시장 안정화를 모색했지만 사태장기화로 연말까지 그 비용이 350억유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2위 관광대국 스페인은 사실 제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다. 스페인 자동차산업은 전체 GDP의 10%를 차지하고 유럽 2위의 생산 규모와 5위의 소비시장을 자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1~8월 생산량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급감했지만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정부의 신차 구매보조금에 힘입어 소폭 회복 중이다. 건설업 기반도 튼튼하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 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해온 ACS사를 비롯해 전 세계 250대 건설사 중 10개사가 스페인계 기업일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자라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들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도 스페인 제조업을 대표한다.

이런 글로벌 제조사들을 코로나로부터 사수하고자 정부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EU로부터 1400억유로를 받아 디지털화, 그린산업 육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솔루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민간 부문 ‘Digital Spain 2025’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디지털 근무환경 제고를 위한 원격근무 관련 긴급 법안도 통과시켰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수소경제를 선정하고 89억유로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EU의 ‘탈탄소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 150대 설치, 수소차량 7500대 운행과 같은 구체적 목표들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의 경기침체는 현지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도 분명 큰 시련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코로나가 몰고 온 전례 없는 위기 속 성공적인 한국의 방역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의 새로운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KOTRA도 이와 관련된 ‘K-방역’ ,‘홈코노미’ ‘스마트시티’ 분야 화상상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현재 위기를 기회로 전환코자 노력 중이며, 우리 기업도 스페인을 더는 관광지만이 아닌 튼튼한 제조 기반을 보유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이해할 때 더 많은 진출 기회가 생기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남선우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