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 1989년 감안 전세안정 5개월 언급
2020년 현 상황 저금리에, 임대기간, 공급부족 등 상황 확연히 달라
전문가들 “전세난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31년 전인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사례를 언급하며 전세시장의 불안이 내년 초까진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일한 전망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엔 금리, 임대차기간, 공급속도 등이 달랐다는 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전망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책의 강도가 강하고 시장이 받는 충격이 커진 만큼 전세난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 내년초면 안정?, 홍 부총리 3개월 지나면 안정 전망 틀려=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989년도에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전세가 안정이) 5개월이 걸렸다”며 “지금이 그때와 같이 5개월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초까지는 불안정할 수 있다는 얘기냐’라는 질의엔 “꼭 불안정하다기보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장관의 인식대로라면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5개월여 지난 시점인 내년 초까지는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
당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새 임대차법 시행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애로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던 것보다는 전세시장 안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낙관’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단 30년도 더 된 사례를 들어 전세난 해소 시점을 가늠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89년 12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1990년 1~4월 20% 넘게 뛰었다가 5월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임대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시장 충격 차원이 달라=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989년 당시의 경험치를 통해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며 “과거 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이 된 것과 현재 2년에서 4년이 된 것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금리 상황이 다른 데다 기존계약 소급 적용과 실거주 의무 강화, 월세 전환 등으로 인한 전세 유통물량 감소를 고려하면 전세난이 몇 개월 내 해소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도 1989년엔 ‘공급’이 전세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점도 거론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시 전국 주택이 700만호 정도였던 상황이었는데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한 번에 200만호가 공급되면서 그 파급 효과가 상당했다”며 “현재 전국 주택이 1500만호 정도인 것을 고려해도 총량 대비 상당한 주택 공급량”이라고 했다. 현재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급 정책을 쓰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입주까지 4~5년간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전세시장 더 불안해질수도=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완화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봤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에 따른 매물 잠김이 심각한데 여기에 임대차3법까지 시행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역시 당장 이사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큰 효과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 랩장은 “전세난은 결국 수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내년의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임대차시장 규제와 청약제도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지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전세시장의 불안은 올 초부터 예상됐음에도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새 임대차법부터 도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은 올해 초 시장 전망에서“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일부 시장 참여들이 전세시장에 머물며 학군이나 교통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일단 하고 싶은 정책은 펼쳤는데 수습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양대근·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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