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중 쇼핑 대목인 광군제(光棍節)는 화려한 조명과 큰 전광판, 글로벌 스타들의 공연 등 볼거리가 풍성한 갈라쇼로 시작한다. 알리바바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다니엘 장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 시작과 동시에 총거래액이 표시되는 전광판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며 탄성을 자아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광군제를 두고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라는 새로운 장르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광군제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덕에 매년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며 거래액을 늘려가고 있다. 1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9년에는 1초당 54만4000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총 거래액(GMV)이 2684억위안(한화 44조6242억여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2배 많은 200만개 신규 상품을 소개하는 등 25만개 브랜드 1400만개 제품으로 다시 한번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광군제와 같은 쇼핑 축제가 있다. 바로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시작된 행사다. 처음에는 유통업체들만 참여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했지만, 쇼핑뿐 아니라 관광, 문화, 축제 등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금의 코세페가 됐다.
코세페도 벌써 시작된 지 5년째에 이르지만, 분위기는 광군제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부터 행사가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관(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직도 코세페의 시작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알리고, 민간 기관이라던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수년간 정부 기관의 정책 자문을 해온 인물이 이끌어간다. 덕분에 코세페는 그간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다만 올해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참여 업체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1328개, 참여 지자체도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하는 등 역대 최대 행사가 될 전망이다. 할인율 역시 30% 밴드에서 벗어나 50~70%로 대폭 확대됐다.
이처럼 코세페 행사가 갑자기 커진 것은 정부 지원이나 업계의 자율성 확대 등 구조적인 부분이 변했다기보다는,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업체들이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함께 대규모 행사를 지양하는 정부 방침으로 지난 10개월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에 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그간 쌓였던 재고를 털 수 있는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광군제처럼 민간기업이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여 거래량을 늘리고, 이에 더욱 참여 업체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올해 코세페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며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면 사실 한숨이 나온다. 생색낼 시간에 코세페가 정말 성공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은 어떨는지. 코세페 기간만이라도 대형점포 의무 휴업이나 공정위 특약매입 지침을 완화하는 방식 같은 것 말이다. 정부가 하려다 못했던 소비 쿠폰을 이 기간에 발행해 소비의 물꼬를 트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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