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한적 영향, 배터리 기회 확대

車·철강, 관세·환경·보호무역 삼각파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판까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누가 당선되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해운 등 국내 주요 산업에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자국우선주의라는 보호무역색채와 중국 견제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자동차·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만으로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는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에서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반도체 영향 제한적-K 배터리는 기회 확대=반도체 업계는 차기 미국 정부에 대한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중국을 겨냥한 기술 유출 방지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중국에 대한 견제를 통상이 아닌 안보 문제로 보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 기조는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돼 한국 반도체 경쟁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화웨이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통상이슈가 아닌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차기 미국 대통령의 현지 투자 압박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실제 당선이 유력시되는 바이든 후보 역시 반도체 부문 제조와 연구개발(R&D), 공급망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안 상무는 “미국의 제조산업 정책 기조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 국내 복귀)”이라면서 “첨단 제조 산업인 반도체를 미국으로 끌어오고 싶어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 산업의 정책적 수혜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은 청정 에너지와 해당 인프라 확장에 2조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기술 투자와 보급 확대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및 청정 에너지혁명에 정책 비전을 두고 2035년까지 수송 분야에서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K배터리에도 대대적인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 탄소배출을 정책적으로 줄이면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이는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사태가 길어지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이 또 다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해당 소송의 최종 판결을 12월 10일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ITC가 대선 투표 전에 판결을 내리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 정치적 논란이 일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종판결일인 12월 10일은 대선 투표와 무관해 소송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선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판결일이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연쇄적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車·철강, 관세철벽·환경·보호무역 ‘3중고’=자동차와 철강업계도 미국 대선과 관련해 누가 되던 보호무역주의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는 바이든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경제안보를 국가안보와 동일시하는 입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4년간 ‘관세철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철강업계는 기존 트럼프의 반덤핑·상계관세 등 기존 보호무역 조치에 환경과 노동 기준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지난 5월 전미철강노조(USW)와 인터뷰에서도 무역협정의 원산지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바이든은 USW의 미국 철강 60%사용한 자동차만 미국산으로 인정하라는 촉구에 “미국산 자동차에 사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에서 첨음부터 생산돼애 ‘미국산(Made in the USA)’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하겠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환경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을 비단 환경정책만이 아닌 경제, 산업, 고용 등 전 영역에 걸쳐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바이든의 ‘탄소 조정세’ 도입이 현실화되면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의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친환경’의 바이든이 다소 우호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가 재선이 되면 정권 초기부터 꺼내들었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다시 꺼내들며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전기차와 수소차 부문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과 해운업계도 최종 대선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확전 여부에 따라 글로벌 물동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바이든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환경과 노동, USMCA까지 자동차와 철강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며 “다만 환경규제로 전기차 배터리 수소차 분야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