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1등은 내게 당연한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외국인이 한국인이라고 말할 때마다 삼성을 안다고 할 때, 휴대전화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반도체 1위를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지난달 25일 장례식장이 마련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현장을 지키는 취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회사의 지시에 현장에 출동하면서도 ‘쉬는 날에 왜?’라고 반문할 수 없었다. 한국 재계를 이끈 그의 죽음을 비중 있게 정성껏 취재해야 한다는 것 역시 너무 당연했다.
장례가 진행되는 내내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삼성의 1등을, 그의 존재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흘 내내 쉼 없이 이어지는 조문 행렬을 지켜보며 그를 가까이서 기억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건희 회장의 1등이 있기까지의 노력과 그의 인품을 기억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가족을 무척 사랑하셨고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아버지”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과감한 결단력, 혁신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문화를 크게 바꾸신 분”이라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커가는 데에 새로운 장을 만드셨다”고 전했다.
삼성 임직원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삼성은 계열사 사내 온라인추모관을 열어 임직원 댓글로 그를 추모했다.
“화성 16L 완공식이었나, 직접 오셔서 수많은 직원과 하나하나 악수해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퉁퉁한 손을 내미시며 웃어주시던 그 모습이 종종 생각이 난다” “화성사업장을 방문하셨을 때 ‘좋으니?’라고 질문하시고, 따스하게 포옹해주셨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를 따뜻하고 정겨운 회장님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에게 삼성의 1등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고인이 회장에 올랐을 1987년만 해도 삼성은 지금과 같은 초일류기업은 아니었다. 그는 강한 집념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오늘날 의 삼성을 하나씩 일궈나갔다. 반도체사업에 진출해 삼성을 오늘날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발자취를 취재하고 기사화하면서 삼성이 정상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삼성이 고수하는 ‘초격차’ 전략이 얼마나 사실은 너무나도 피 말리는 것인지 상상해봤다. 고인은 어쩌면 하늘 위에서도 삼성을, 한국경제를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사대부고 동창이자 50년지기인 김필규 회장은 추모사에서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인이 영면한 수원 장지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제 이건희 회장이 이곳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펼쳐나갈 ‘승어부’를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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