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에 달하는 나일강은 지구 반지름보다도 긴 강이다. 나일강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합류해 이집트로 흘러들어가 문명을 꽃피웠다. 바닥 퇴적물에 따라 빛이 반사되어 청색(靑) 빛의 청나일과 백색(白)의 백나일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합쳐진다.

수단은 1인당 국민소득은 90만원이 채 안 되고, 무역 규모는 100억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1조달러 수준이니 1% 수준밖에 안 되는 최빈국 중 하나다. 또 수단은 무더위로 유명한데 연일 섭씨 40도가 넘는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4월 초부터 지금까지 더위가 꺾일 줄 모른다. 1년 중 절반은 섭씨 40도가 넘고, 나머지도 30도가 넘는 날씨에 마스크를 쓴다는 자체가 고통이다. 수단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코로나에 대한 별 반응도 없다. 말라리아모기에 물리면 시름시름 앓다가 일어나는 게 일상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마스크는 그야말로 사치품일 뿐이다.

얼마 전 직원의 지인 아내가 빵 배급소 줄에 서 있다 열사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했다. 넷이나 되는 자식들을 먹이려다 세상을 떠난 그녀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배급용 빵은 보조금 덕분에 우리 돈으로 100원 수준이라 이들은 땡볕 아래 배급소에서 몇 시간이고 빵 나오기를 기다린다. 빵이 나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와 커피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여인네들은 열심히 그늘을 찾는다. 코로나로 통행금지 기간에 경찰은 이들을 집중 단속했는데 적발 시 과중한 벌금을 부과했다. 차를 파는 이들을 단속하면 길거리에 차를 마시러 사람들이 모이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수단 정책당국자의 훌륭한 판단에 내심 탄복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수단 사람들의 힘든 모습이 씁쓸했다.

북한, 이란, 시리아와 함께 미국이 지정한 4대 테러지원국인 수단은 이로 인해 국제기구의 정식적인 원조를 받지 못하고 금융을 비롯해 모든 방면에서의 제재와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과도정부 들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꾸준히 시도하며 30년 테러지원국의 멍에를 벗으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수단의 전력 사정은 자주 단전이 되는 상황이다. 연중 고온이라 태양광발전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래폭풍이 계속 불어오는 데다 일찍 해가 져서 일조량이 부족한 편이라 효율이 떨어져 어렵다. 수단은 전력공급원만 제대로 갖춰지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좋은 나라다. 오랜 제재로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해보지 못해 이해도는 다소 떨어져도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다.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미리 상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두라고 권한다. 지금도 시내에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차들이 다니고, 앞으로 시장이 열렸을 때는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고(故) 이태석 신부가 개척한 톤즈 지역의 아이들이 훌륭한 청년들로 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인 듯싶다. 수단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김재우 코트라 카르툼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