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소장 ‘팬데믹시대의 소비 트렌드’
위생불안 해소 비즈니스에 큰 기회
청정 주거·안티바이러스 옷 등 주목
원격근무 나비효과…외식·주거 변화
오피스가구·요가 등도 시장확대 전망
“이제 다들 마스크와 한몸이 된 것처럼 적응했죠. 이런 경험치로 일정 시간을 보낸 건 우리 욕망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요. 백신이 나온다고 이미 경험한 것이 리셋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1 컨슈머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안전’과 ‘지속가능성’등에 대한 지향이 그것이다. 이러한 욕망은 소비를 낳고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팬데믹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소장은 내년, 그리고 앞으로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안전민감증’에 열리는 지갑=김 소장은 안전불감증을 겪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이후 ‘안전민감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 영향으로 개인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올해 감기와 식중독 환자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는 비즈니스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김 소장은 내다봤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등 청정가전 분야다. 최근 의류관리기 광고를 보면 ‘밖에서 입은 옷을 그대로 집안에 들인다고?’라는 메시지로 경각심을 자극한다. 이같은 메시지가 효과를 내는 건, 그만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건설사에서 주목하는 공기청정 기능을 가진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로비·현관에 설치된 에어워셔 등도 분양가를 올리는 요건이 될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패션업계에선 ‘안티 바이러스’를 내세운 옷을 선보이고 있다. 세균 및 미생물 서식을 억제하는 소재의 원단을 사용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도 이 시장에 가세했다.
김 소장은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코로나를 겪은 시기의 비중이 작겠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이 경험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라며 “그들에게 최근 1~2년의 경험은 개인위생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훨씬 강렬하게 심었을 것이고, 이를 해소해줄 산업에 기꺼이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부터 자동차, 부동산시장까지 흔드는 ‘원격근무’=출퇴근 문화는 외식산업부터 주거 문화에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 상권에는 단체 회식하기 좋은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출퇴근이 용이한 중심지 집값은 크게 치솟았다. 이제는 원격근무(Remote Work)가 확산하면서 의식주에 있어 달라진 소비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기업들은 내년 7월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키로 했다. 이에 집값이 비싼 실리콘밸리 중심지를 떠나 교외로 이사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 결과 중심지 집값이 최근 떨어지는 추세다. 또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면서 오피스시장 공급 증가도 예상된다. 자동차와 아침밥 시장 등도 위기일 수 있다. 출퇴근으로 인한 자동차 이용이 줄어들 것이고, 출근길 카페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먹는 풍경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식당이나 학교 급식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들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반면 밀키트 등 소비는 늘고 집에 오피스 가구를 사들이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요가나 명상, 상담 등의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기업에서 출퇴근시 지원하던 점심값과 같은 비용을 재택근무에 필요한 복지 등에 돌리면서 이같은 시장 파이가 더욱 커질 것으로 김 소장은 전망했다.
▶비대면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로컬&가상공간=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지역과 가상공간(Local&Metaverse)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 소장은 “그간 치열한 도시를 벗어나 로컬로 옮겨간 이들 상당수가 기존 삶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진짜 로컬’, ‘동네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공간은 비대면 트렌드로 인해 더욱 뜨거운 산업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는 실존 인물과 아바타가 동시에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을 선보였다. 또 온라인으로 진행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100만명 가량이 유료 관람했고, 스트리밍 수익은 500억원을 넘어섰다. 김 소장은 “이제는 (비대면 관람이) ‘어쩔 수 없이’가 아닌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초경량 지향…‘지속가능성’ 새 화두=생존 위기를 겪으며 ‘지속가능한 삶(Substainable Life)’에 대한 고민으로 관련 소비 트렌드도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초경량(Ultra Light Weight)을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꼽을 수 있다. 김 소장은 “과잉 소비가 가져온 사회적·환경적 폐해에 대한 각성이 생겨나면서 삶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격근무가 확산하면서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은 연비를 줄이는 것이 더욱 시급해질 것이다. 포장재 경량화는 모든 업계의 숙제가 됐다.
재활용(Recycle)과 재판매(Resell), 리메이크(Remake) 등 ‘RE’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버려질 자원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 여러 소비재로 확대되고 있다.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메시지가 큰 구매 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감염병 뿐 아니라 기후위기와 같이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현상에 대해서도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소장은 “예전엔 중고가 돈을 아끼는 개념이었다면, 지금 세대에게 중고는 값싼 물건의 의미보다는 ‘다시 만들지 않는 물건’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기존 것을 사용해 환경에도 보탬이 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단순히 소비 기준의 변화를 넘어,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등의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생겨난 소비 욕망을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지가 각 업계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눈 앞에 사람이 없어도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술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외부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올해 겪은 상황들 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아낸다면, 2020년이 그렇게까지 가혹한 해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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