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는 보관료

환차익·금리차는 가능

추가 금리하락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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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에 따라 국채 금리가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음(陰)의 수익률에도 국채가 코로나19 이후 안전자산으로서 각광을 받은 영향 등이 작용했다. 여기에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면서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17조1000억달러로 종전 최고치인 17조달러(2019년 8월 29일 기준)를 1년여 만에 갈아치웠다.

마이너스 채권은 지난 3월(19일 기준)만 해도 7조70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약 여덟 달 만에 규모가 10조달러(122%)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등급(IG) 채권 대비 마이너스 금리 채권 비중(블룸버그 바클레이 지수 기준)도 12일 현재 25%를 기록, 지난 3월(19일 기준 14%)보다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 사람들은 왜 마이너스 채권을 살까?

언뜻 생각하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을 왜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채권이란 특정 시점까지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약속한 이자를 주겠다는 증서다. 따라서 마이너스 채권은 만기시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 받는게 아니라 이자를 제한 손실 원금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수요가 높아진 데에는 일본, 유럽 등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운용하는 중앙은행들의 영향이 크다. 이들 나라들의 은행들은 일정 비율의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결국 고객들이 예금시 이자를 받는게 아니라 이자를 무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고, 대규모 예금을 예치하는 기업으로선 이런 부담을 회피하고자 국채를 대안으로 선택하게 된다.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더라도 은행 이자보다 낮으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도 많다. 금리가 마이너스란 건 만기시까지 보유했을 경우 손실히 확정된단 뜻이다. 그러나 만기 전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돼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마이너스 폭이 깊어질수록 되레 이익 실현 규모가 확대되는 셈이다.

환율 변화에 따른 수익 추구 목적도 있다. 채권 금리 자체는 마이너스더라도 해당 채권을 발행한 통화의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차익이 이자 비용을 녹여버릴 수 있다.

◆ “마이너스 금리를 안전보관비로 수용…금리하락시 차익도 발생”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 채권 확대에 대한 배경으로 ▷통화정책 완화 ▷채권의 주식화 ▷상대적 안정성 ▷외국인 투자 증가 등을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 확산, 경기회복 둔화 대응을 위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확대, 유동성 공급 등으로 국채금리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경우 빠른 코로나19 재확산과 부정적 경기전망에도 불구,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따라 마이너스 국채 규모가 6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중앙은행들이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을 시사하면서 금리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단기투자 유인이 확대됐단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마이너스 금리 하에서 가장 주요한 전략 중 하나는 금리 하락기에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채권가격 상승랠리에 이득을 취하는(riding on the rally) 전략”이라고 밝혔다.

독일 10년물 국채를 예를 들어 보면, 지난 10일 금리가 -0.49%였는데 12일 -0.54%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은 104.867유로에서 105.392유로로 상승, 0.525유로의 이익이 발생했다.

이어 국제금융센터는 “시중은행 예치금리가 0% 혹은 소폭 플러스에 불과한 현재, 투자자들은 디폴트 위험이 적은 채권에 투자하고 보관비용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수용한 것”이라며 “환율 차원에서도 환헤지를 않더라도 자국통화의 예상 약세폭이 자국 채권과 마이너스 채권의 금리차를 상쇄할 경우 마이너스 채권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독일 10년물 국채의 경우 12일 현재 -0.54%에 거래되면서 미국채(0.88%)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지만, 3월말에 독일 국채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은 유로화 강세(+7.0%)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상쇄되면서 금리차가 보전됐다.

◆ 금리기근에 마이너스 회사채도 많아져…“자산버블, 건정성 위험 확대 유의”

마이너스 채권을 통화별로 보면 작년 8월 이후 엔화의 비중이 줄고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비중이 확대됐다. 12일 현재 유로화와 엔화의 비중은 각각 63%, 31%를 차지하고 있다. 발행주체별로는 국채가 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3월말 82% 기록 후 감소했다. 반면 동기간 회사채의 비중은 0%에서 8%까지 훌쩍 증가했다.

초완화적 통화정책 등에 따른 국채금리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수익률 확대를 위해 회사채 매입을 늘리면서 회사채에도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됐단 분석이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A등급이 가장 큰 비중(35%)을 차지하고 있으며 IG등급 최하단인 BBB등급이 10%로 작년 8월말보다 두배 늘었다. 만기별로는 3년 이하 비중이 31%로 가장 크지만, 투자자들의 장기물 수요가 확대되면서 투자 듀레이션이 장기화 추세에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2019년 이후 마이너스 금리 환경이 공고해지면서 뉴노멀(새표준)으로 정착했다”며 “그러나 초저금리 환경 심화로 투자자들의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이 나타나면서 자산 가격 버블, 금융기관 건전성 위험이 확대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