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자산 1.8조 치르는 셈
한진칼 인수자금 실부담 ‘0원’
이동걸, 조원태 경영권 ‘은인’
과거 산은·박삼구 ‘밀월’ 재현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그 처리방식이 오묘하다. 대우조선해양 때와 많이 닮았지만, 그 때보다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에 더 유리하다. HDC현대산업개발 때와 금액은 비슷하지만 실제 부담은 훨씬 덜 하다. 한진칼 자금부담은 ‘0원’이다. 대한항공 일반주주들이 사실상 인수자금을 다 대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균등감자 추진에도 현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손실은 없지만, 일반 주주들은 주가희석을 감수해야한다. 더 큰 이익을 보는 쪽이 분명한 만큼, 반대편은 이익을 덜 보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10년 전 산업은행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을 박삼구 회장에게 계속 맡긴 것과도 유사하다. 채권은행으로서 뿐 아니라 출자관계까지 얽힌 만큼 향후 한진그룹이 부실화되면 산은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주체는 대한항공이다. 돈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마련한다. 현재 2조3359억원인 대한항공 자기자본은 4조8359억원으로 불어나고, 11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은 400% 대로 낮아진다. 한진칼 지분은 29.27%다. 증자 시 한진칼이 내야 할 돈은 7318억원이다. 70.73%를 가진 일반주주들이 나머지 1조7682억원을 내야 한다.
3대1 감자 후 아시아나항공 발행주식은 744만1174주다. 감자에 따른 주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는 당초 예상대로 3000억원에 매각된다. 대한항공이 금호산업 지분 30.77%를 인수하고 신주 3억주(1조5000억원, 주당 5000원)까지 받게 되면 지분율은 80.7%이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 80% 가치는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영구채 인수 3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시가의 2배 가까운 경영권 웃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에 자본잠식 탈출과 부채비율 하락 효과는 발생한다.
한진칼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새롭게 인수해 독점적 사업자가 되지만 자기자금은 한 푼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대금은 산은이 댄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게 되면 조원태 회장은 KCGI펀드 등과의 지분대결에서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일단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대한항공 일반주주들이 모두 유상증자에 응한다면 산은이 낸 돈은 대한항공의 차입금 상환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주채권은행도 산은이다. 채무출자전환 대상을 아시아나항공에서 한진칼로 바뀌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 5973만8211주)을 현물출자해 현대중공업과 함께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했고, 이어 한국조선해양이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대우조선을 지원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낸 자금은 한국조선해양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필요한 6000억원이 전부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가치(약 2조1000억원)의 35% 수준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의 실부담 주체는 대한항공 일반주주다. 일반 증자에 모두 응한다면 1조7000억원을 내고 1조원짜리 자산을 인수하게 된다. 지배주주가 아니니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다. 산은 이동걸 회장과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만 가장 큰 이익을 나누게 된다. 일반주주 가운데 실권이 상당수 발생해 이들의 증자액이 1조원을 밑돌아야 산은과 한진칼의 실질적 부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항공업 조기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화물부문으로 만회를 해도 적어도 내년까지는 정상적인 매출과 이익발생이 어렵다고 봐야한다. 정부 출자와 한국은행의 대출, 즉 국민 돈으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양 항공사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 작업이 만큼 대한항공 지분 8.14%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이번 증자에 응할 것이 유력하다.
우리사주조합 20% 우선 배정을 감안하고, 대주주인 한진칼과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대한항공 소액주주 8만2000명이 1조3000억원 상당의 증자 물량을 소화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보유물량 12%를 제외해도 1인 평균 1000만원 이상이다. 자금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내년 3월까지 양사간 통합이 시너지의 가닥이 잡혀야 증자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 보인다.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 전환사채(CB)로 약 155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잠재지분율로만 14.4%에 달하지만 보통주가 아니어서 이번 증자 대상은 아니다. 전환가격은 1만7617원으로 현주가 보당 주당 1만원 가량 낮아 현재 155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은 청약일(2021년 3월4일) 이전 3~5거래일 가중산술평균주가에 40% 할인된 수준이 유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모두 통합 기대에 급등 중이어서 현재로서는 가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할인율이 높아 차익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발행주식 급증에 따른 가치 희석에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 항공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아져야 성공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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