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무자에 ‘채무조정요청권’
과도한 채권 추심도 제한
채무자 도덕적 해이 논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연체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울 때 금융사에 빚을 줄여달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안'(소비자신용법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5일 소비자신용법안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금융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소비자신용법은 기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지난 9월 입법예고됐다.
법안의 핵심은 ‘채무조정요청권’이다. 기존에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법원을 통한 공적 채무조정제도가 주로 기능했는데, 사적 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조정을 요청하면 금융사는 10영업일 이내에 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위해 채무감면율이나 상환일정 등을 정한 내부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조정 심사 진행 중에는 추심이나 채권양도가 금지되며, 채무자가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임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금융사 내부기준과 어긋나면 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사가 개인연체채권에 기한이익상실이나 양도 절차를 진행할 때도 채무조정요청권이 적용된다. 금융사는 절차 진행 예정일 10영업일 이전에 채무조정요청권이 있음을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기존에는 연체가 발생하면 일정기간(통상 30일)이 지날 경우 기한이익상실 처리해 대출잔액 전부에 상환의무를 지우고, 갚지 않으면 연체이자율을 가산했다.
채무조정요청권은 대체로 신용대출에만 적용되지만 1가구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돼 금융사가 해당 주택에 경매를 진행하려하는 때도 가능하다.
연체 시 채무자의 연체 이자 부담도 경감된다. 현재 금융사는 연체채권에 기한이익상실 조치를 취할 때 원금 전체에 대해 약정이자와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했다. 앞으로는 상환기일이 오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는 약정이자만 부과하도록 바뀐다. 또 회수가 불가능해 상각한 개인채권은 장래이자채권을 면제해야만 양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계속 이자를 물려 빚이 끝도 없이 늘어났었다.
채권추심자는 한 채권에 대해 1주일에 일곱번까지만 추심연락을 할 수 있도록 제한(추심총량제)된다. 기존엔 하루에 두번 할 수 있었다. 추심연락으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한 경우에는 7일 동안 다시 연락을 해서는 안된다. 채무자가 꺼리는 시간이나 꺼리는 수단을 통해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감시와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채권금융기관은 추심업자를 선정할 때 채무자에 대한 처우 등을 평가해야 하고, 추심업자의 추심행위를 점검해 불법이 발견되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채무조정요청권 안내나 이자 적용 규정 등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나 기관 및 임직원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또 채무자가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안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원금 상환 및 이자납입 유예까지 해준 상황에서 채무를 조정해주고 추심까지 제한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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