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이렇다 할 희소식 없이 미증유의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로 미국과 중국의 극심한 대립과 자국 이기주의 속에서 기존의 붕괴된 세계질서가 표면화된 한 해였다. 또한 산불(캘리포니아, 시베리아, 호주, 아마존 등)과 홍수(일본 구마모토, 중국) 등으로 지구촌이 극심한 기후위기에 처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경제는 1%대의 역성장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성장률 -4.4%(IMF 예상치)와 비교하면 대내외 여건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도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 어려움을 최소화한 한 해로 평가할 만 하다.
경자년 우리 금융시장은 DLF 불완전 판매 및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신뢰를 잃은 한 해이기도 했지만 금융권은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를 통해 경기회복에 기여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도 금융회사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혼연일체의 노력을 기울인 해였던 것 같다. 또한 저성장 및 심화된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철학하에 소비자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금융소비자법 제정,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도 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세계는 기후이변으로 큰 홍역을 앓은 한 해였다. BIS는 ‘The Green Swan’ 리포트를 발간해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으며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연구기관은 탄소배출업종에 대한 잠재 손실이 현실화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국내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등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정책 중 하나로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3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국내 금융권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기후 리스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친 기우는 오히려 금융권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금융회사의 경우 단기적으로 리스크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지 않으므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당국에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최고치로 마무리해 침체된 경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줬고, K-방역 체계와 적절한 정책 대응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한국의 탁월한 위기 대응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한 해였다. 2021년은 올해의 역성장에서 벗어나 3.2% 정도 성장이 전망되나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이 차주 단위로 전환되면서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내년 3월까지 유효한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도 재검토되는 등 경제 여건이 여전히 녹녹지 않고,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 등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긍정적 측면과 함께 규제 비용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금융시장은 적절한 위기관리를 통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코로나에 따른 충격 완화 및 취약계층에 대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정책 당국은 여러 제도 운용 과정에서 시장참여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잘 반영해 모든 시장참여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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