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조3000억 투자 사상 최대
바이오·ICT서비스 쏠림현상 가속
제조업 10년간 신규투자 반토막
“소부장·B2B분야 지원 강화해야”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과 벤처 펀드 결성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도 뚫은 벤처붐이란 환호 속 ‘빈익빈 부익부’라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될 놈에게만 투자가 몰리는’ 양극화로 인해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업은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3045억원으로, 전년의 4조2777억원보다 268억원, 0.6% 늘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된 와중에도 벤처투자 열기가 지속됐다며 고무된 반응이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양극화 조짐이 확인된다.
업종별 벤처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기회가 됐던 바이오·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소부장 관련 업종 등이 전년보다 투자액이 늘었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지난해 투자액은 1조1970억원으로, 전년보다 937억원(8.5%)나 증가했다. 업종 중 투자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가 바이오·의료였다. 비즈니스 영역이 모두 비대면으로 급속도로 전환하면서 ICT서비스 분야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1조446억원이었던 투자액이 지난해에는 1조764억원으로 318억원(3.0%) 늘었다.
전기·기계·장비와 화학·소재, ICT제조 분야도 투자액 증가 업종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들 업종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부장 육성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책 특수를 입었기 때문.
투자액 중 업종별 비중을 보면 제조업의 입지는 위태롭다. 바이오·의료 분야가 27.8%, ICT서비스가 25.0%, 유통·서비스는 16.8%다. 상위 3개 업종의 비중이 69.6%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전자·기계·장비 비중은 6.4%, ICT제조는 4.3%, 화학·소재는 4.1%에 그친다.
‘되는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2010년에는 투자 상위 3개 업종이 전기·기계·장비(19.6%), ICT제조(17.0%), 영상·공연·음반(15.9%)이었다. 10년 전에는 상위 3개 업종의 비중이 52.5%였으나 지난해는 그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는 ‘독식’ 구조로 악화된 것이다.
이는 본지의 지난해 보도(2020년 12월 7일자)와도 맥락이 같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ICT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분야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업종별 신규 투자 비중이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증가했다. 반면 전자·기계·장비나 화학·소재에 대한 신규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반토막으로 줄었다. 제조업 외면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외면은 산업의 기초체력을 흔들 수 있다. 2018년 일본 수출규제로 갑자기 핵심 소재와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이 흔들렸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벤처투자는 이윤을 내야 하는 민간금융의 영역이어서 유망 분야 쏠림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실패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필요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투자업계에서는 창업 후 몇 년이 지나 폭발적 성장 조짐이 보이는 B2C 업체를 좋은 투자 대상으로 꼽는다. 바이오·의료 분야도 현재 그런 단계”라며 “B2B 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은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외국 트렌드를 빨리 쫓아가는 ‘패스트팔로워’ 중심의 한국 벤처생태계에서 주목받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민간에 기댈 수 없으니 정부가 소부장이나 B2B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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