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한 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조모 씨가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조씨는 2018년경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의 피해자이다. 집 근처 술집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조 씨는 화장실을 가다가 통로에서 김모 씨와 부딪혔다. 김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무자비하게 조씨를 폭행하였고 도망치는 조씨를 끌어내어 계속하여 폭행하였다. 조씨는 이 사건으로 방광이 찢어지고, 이가 부러지거나 이 뿌리가 뽑히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구공판 절차를 거쳐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였다.

조씨는 방광 파열로 인해 소변 조절 능력을 잃어서 하루 종일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생활해야 했다. 자존감 상실, 수치심으로 인해 찾은 정신과에서는 공황 장애와 분노 조절 장애 진단을 받았다. 조씨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던 생활력 강하고 능력 있는 가장이었으나 이 사건으로 인해 거래처 계약이 줄줄이 파기되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다. 조씨는 힘든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편의점 면접을 보는 등 최선을 다하였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말투나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진 탓에 번번이 탈락하였다.

상황이 이런 데 반해 조씨 가족이 김씨로부터 금전적으로 손해배상 받은 것은 ‘0원’이라고 한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가해자가 재산이 없어서 현실적인 집행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분노가 체념으로 바뀐 조씨는 결국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자신 없다’는 글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여 운명을 달리하였다.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언론에 보도되는 수준의 대형 형사사건 수십 건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피해자가 입은 피해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사안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폭행죄, 상해죄 등은 다른 범죄에 비해 양형 수준이 체감상 높지 않은 점이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밝히는 양형기준에 의하더라도 일반 상해는 4월~1년 6월,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 성립하는 중상해는 1년~2년으로 정하고 있는 등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이라고 설명하였다.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의 경우에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처벌 수위 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 폭행죄나 상해죄의 경우에는 다른 범죄에 비해 그러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면서, “재판부가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검사 측에서 피해자가 증인으로서 직접 피해 상황을 진술하게 하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 등을 피력하는 등의 뒷받침이 있었다면 처벌 수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하였다.

법무법인 청 형사전담팀은 “공판절차는 법원, 검사, 피고인이 3주체가 되고, 피해자의 입장은 검사가 대변하게 되므로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적절한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하면서 “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당장 수사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비롯하여 가해자가 엄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어떠한 자료나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법정에 서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중한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도 법률 조력을 받아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볍률 조력을 위한 지원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painhe8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