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수사기관에 ‘14일 이내’ 이첩 요청 가능 규칙 제정
검사 고위공직자 범죄 발견 시 수사 중지 조항도
법원이 이규원 검사 사건 유·무죄 판단시 실효성 잃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비위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더라도, 기소권은 공수처가 행사한다는 자체 사무규칙을 제정했다. 검찰총장 교체기에 맞물려 검찰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4일 공수처가 관보에 게재한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수사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사건의 경우, 14일 이내로 공수처에 이첩할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수사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수사를 중지하고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다만 경찰은 애초에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을 통해 정리한 입장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률이 아닌 자체 사무규칙으로 다른 수사 기관인 검찰과 경찰을 강제하겠다는 논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이규원 검사 사건은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 기소했다. 법원이 검찰 기소가 잘못됐다는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고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면 사실상 공수처가 제정한 규칙은 사문화될 수 있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의 해석·적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선 방지를 위해 검찰·경찰청·해양경찰 등으로 구성된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처 수석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경찰청 수사국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와, 수사처 수석검사 대검 형사정책담당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담당관 등으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가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협의가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 이후에는 큰 폭의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 실질적인 협상이 이어지기가 어려운 시기다. 이미 대검은 공수처 내부규정으로 검찰의 기소권한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학의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강수산나 부장검사도 지난달 13일 이프로스에 “수사처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방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률의 근거 없이 수사처 규칙으로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나 ‘송치’요구는 할 수 없으며, 상위 법령에 위반한 규칙은 위헌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검·경 3자 협의체 회의를 했지만 사건 이첩 및 기소 권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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