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서 길고양이 두 다리 절단된 채 발견

경찰, CCTV 분석통해 범인파악 중…“고의인 듯”

동물보호단체 “동물학대 처벌 강화해야”

[단독] 또 길고양이 신체 절단 사건…경찰, 수사 착수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살던 새끼고양이들이 죽은 채 발견됐다. 새끼고양이들이 살아 있을 때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경기 시흥시에서 길고양이의 신체 일부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에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도 머리 잘린 새끼고양이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최근 길고양이를 상대로 한 동물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비슷한 사건이 또 불거진 것이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시흥시 장곡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두 뒷다리가 무릎 아래로 절단된 채 발견됐는 신고가 들어왔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주민이 이를 발견해 경찰과 시흥시에 신고한 뒤 시흥시 동물보호팀과 함께 고양이를 구조했다. 현재 고양이는 병원에서 두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누군가가 고의로 길고양이를 학대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고양이를 학대한 이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에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고양이급식소가 설치된 공터에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새끼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숨져 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추가로 신고가 잇따르면서 사체는 다섯 마리까지 늘었다. 경찰이 사진 등으로 확인한 사체만 4마리다.

이 중 일부는 머리가 잘리고 올무에 묶인 채 장기가 밖으로 나온 상태로 발견되는 등 누군가 고의로 학대, 살해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새끼고양이들을 죽인 이를 수사하고 있지만 올림픽공원 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이 발생해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예전부터 꾸준히 길고양이 등 동물을 상대로 한 범죄가 이어지는데도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을 학대한 이가 기소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사실상 드물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발간한 ‘동물학대 대응 시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동물학대 혐의로 입건된 3398명 중 정식 재판이 청구된 건은 2.7%(93명)에 불과했다.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건은 51.2%(1041명)에 이른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생명체를 난도질하는 행위에 대해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학대범들은 대부분 수백만원의 벌금,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다 보니 ‘동물학대가 범죄’라는 인식도 그만큼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약한 존재인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다가 점점 강도가 높아져 사람을 향할 수도 있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며 “사회안전 차원에서도 동물을 학대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