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일가 투자 사모펀드의 ‘기업사냥’ 인정
코스닥 상장사 72억 횡령 사실로 확정돼
‘사모펀드 관여 안했다’ 조국 해명 거짓으로 판명
‘투자내역 몰랐다’던 정경심은 컨설팅비 명목 돈받아
정경심 횡령 공모 무죄 판단한 원심판결도 유지
[헤럴드경제=좌영길·박상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첫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왔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72억원을 횡령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가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검찰권 남용’이라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을 잃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래 영어교육업체였던 코스닥 상장사, 조국 5촌 기업사냥으로 존폐 기로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조범동 씨는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로부터 두 차례 5억원을 투자받아 사모펀드 운영사인 코링크PE 자금으로 활용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물론, 딸과 아들까지 이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코링크PE는 정상적인 사모펀드 운용을 하기보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기업사냥’ 수단으로 활용됐다. 코링크는 가로등 점멸기업체 ‘웰스씨엔티’와 영어교육업체였던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했고, 두 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기획했으나 실행되기 전 수사를 받았다.
조범동 씨가 WFM을 통해 벌인 사업은 저축은행과 사채를 끌어들여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기업사냥’이었다. 인수할 업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들이는 무자본 인수 방식이었다.
영어교재 개발업체였던 WFM은 조범동 씨가 인수한 이후 2차전지 개발업에 뛰어든 것으로 소개됐다. 2017년 12월 테슬라에 연간 120t 규모의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기로 했다거나 2019년 2월 미국 상원의원 ‘존 케리’를 사외이사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여기서 언급된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회사가 아닌 체코의 수형 가정용 건전지업체였고, 존 케리 역시 미 국무장관을 지낸 인사가 아닌 동명이인이었다.
영어교육업체로 무난한 경영 상태를 유지했던 WFM은 지난 6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공시 위반으로 과징금 6000만원 제재를 받았다. 현재 WFM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조범동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건네받아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사모펀드에 5촌 관여 없다’ 조국 해명 거짓으로 판명
2019년 검찰이 조범동 씨를 수사할 당시,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전 장관 후보자는 “조모 씨(조범동)는 코링크PE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어 거의 유일하게 위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 투자 관련 중국과 MOU 체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특히 정 교수에 대해서도 “후보자의 배우자가 조모 씨의 소개로 블루코어밸류업 1호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외에 조모 씨가 투자 대상 선정을 포함해 펀드 운용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조범동 씨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소병석)는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면서 “조씨가 코링크PE와 WFM의 의사결정권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코링크PE 설립과 유상증자 시 납입한 자금은 대부분 조범동 씨가 유치했다. 또 ‘바지사장’ 역할을 한 이모 씨가 대표 명함을 가지고 다닌 것과 달리, 조씨는 ‘총괄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했고, 실제 투자 유치와 자금 결제, 직원 채용 등 중요 결정을 내린 점도 고려했다. 코링크PE가 인수한 WFM 대표 역시 조씨의 지시를 받아 업무수행을 한 데 불과하다고 결론 냈다.
정 교수 역시 WFM으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점이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은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투자처를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으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정 교수는 WFM의 미공개 정보도 활용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내놓은 해명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정경심 횡령 공모 혐의는 무죄 유력
다만 이번 판결 확정으로 정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 중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횡령 공모 부분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조범동 씨 사건을 심리한 1, 2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자금을 댄 것은 맞지만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으로 봐야 한다며 공범이 아니라고 봤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무죄 판결했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친동생과 함께 조씨에게 10억원을 투자하고, 컨설팅 용역대금 명목으로 1억6000여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받는다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범동 씨 재판에서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자금을 댄 것이 ‘대여금’이라고 결론냈지만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투자금’이라고 봤다.
앞서 조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상장사인 WFM을 인수함에 있어서 사실상 조씨 등이 아무런 출자도 하지 아니한 채 WFM 주식을 매도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동원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기업사냥’ 수법이자 과도한 사적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횡령 공모 여부에 대해선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해 횡령한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정 교수가 조씨에게 법인의 자금을 횡령할 것을 주선했다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종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pooh@heraldcorp.com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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