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린 이미 중국에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벗 투 아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피벗 투 차이나’가 중국에서 맞붙는다. 그러나 한 발 빠른 러시아의 대응으로 수세에 있는 쪽은 미국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통해 17개 협력문서에 서명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도 지난 중간선거의 참패를 외교적 성과로 만회하고 남은 2년 동안 레임덕(권력누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로 더욱 절박한 쪽은 러시아다. 때문에 러시아는 미국보다 한 발 먼저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다지며 외교적 우위를 선점했다.
9일(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을 갖고 “세계를 국제법의 틀 내에 머물도록 하고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국제 정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 (협력)노선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다면적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가스공급과 관련한 포괄적 협정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가스공급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도 서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중국을 가까이 끌어들이면서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오바마 행정부가 국방, 에너지, 금융 분야에 있어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마샤 립먼 연구원은 NYT에 러시아 정부가 ‘중국으로의 중심축 이동’(피벗 투 차이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평론가들은 이같은 (외교적)전환을 되돌릴수 없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러시아와 중국은 4000억달러에 이르는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고 두 나라는 서로가 협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NYT는 푸틴의 이같은 노력이 미국에 잽을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에게도 기회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분열관계를 좁힐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가 2년 남았지만 시 주석 역시 남은 8년을 내다봐야 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확고한 양국 관계를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중은 아시아 패권을 놓고 기싸움도 함께 벌이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로선 러시아보다 관계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더욱 구체화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응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도 추진중이다.
마이크 그린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국장은 “높은 수준의 긴장이 (미-중 관계의)뉴 노멀”이라며 “대통령의 과제는 경제문제, 북한문제, 지역 통합 등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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