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브래드포드 드롱 ‘美·中 경제관계 전망’

빈부격차·불공정한 재분배...中 혼란 야기

美, 제조업 이전 비용 커 부정적 시선 여전

민주적 변화 기대못해...韓 선택지도 좁아

J. 브래드포드 드롱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1''에서 온라인 강연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J. 브래드포드 드롱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1''에서 온라인 강연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중국은 내부적으로 세 개의 중국으로 분열 중이며,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할수록 스스로 성장판을 닫는 역효과가 예상된다.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국은 두 국가 사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J. 브래드포드 드롱(J. Bradford DeLong)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헤럴드기업포럼 2021’ 제1부 세션에서 ‘미·중 경제 관계의 미래’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드롱 교수는 현재의 중국이 성장을 거듭하며 ‘세 개의 중국’으로 분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도시에 6000만명이, 해안에 3억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각각 스페인과 폴란드의 경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또한 내륙에 거주하는 이들은 10억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환태평양 기준 미미한 성장을 보이는 페루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 격차에 따른 문제로 빈부 격차와 불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꼬집었다. 중앙 정부의 만연한 부정부패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드롱 교수는 “많은 부를 축적한 이들과 달리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대다수의 국민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내부에서 잡음을 야기하고 있다”며 “세계무대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회주의 회로를 다시 가동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의도하는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진핑 주석으로 이어진 후계구도가 보여준 비효율성과 억압·통제로 인한 정보의 불확실성이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논리다. 투자자의 의지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간 지향했던 순환경제 역시 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드롱 교수는 “기업을 영위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분파와 손을 잡아야 할지, 또는 부패에 적응해야 할지 경영인들은 매번 선택의 길목에 놓이고 있다”며 “이는 곧 사회 구성원이 성장의 결실을 얻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지적 재산이 많다는 점도 부각했다. 드롱 교수는 중국의 운동가 단 왕(Dan Wang)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경제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며 “미국, 일본, 한국 등 기술 강대국에 압박을 당하는 중국 입장에선 방어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에도 물음표를 던졌다. 제조업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냉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드롱 교수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미국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내부적으로는 관료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대결구도를 원치 않는 세력과 외교적인 해결책을 우선하는 세력의 무게 중심에 따른 바이든 행정부의 방향성이 향후 미·중 관계의 열쇠가 될 것이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이 민주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에는 여전히 비관적인 입장”이라며 “한국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