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착수 9개월 만에 결론
폭행장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청
경찰은 ‘영상 확인되지 않는다’ 허위 보고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 9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없던 경찰의 공문서 혐의가 추가되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고의로 외면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이 전 차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을 처음 담당했던 경찰관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특수 직무 유기,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이용구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청’ 증거인멸 교사 결론
검찰은 이 전 차관이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가 운전 중인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고, 이틀 뒤 택시기사와 합의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같은 달 9일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던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에게 이틀 전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동영상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봤다.
이 사건은 이 전 차관이 지난해 12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전 차관이 공직에 복귀하기 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를 폭행했는데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만 판단하고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한 게 부적절하다는 보도였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와 무관하게 처벌을 검토할 수 있는데, 이 전 차관이 수사를 피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이후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사건 이틀 뒤 영상 삭제 대가로 1000만원을 건넨 의혹도 추가로 불거졌다. 택시기사는 블랙박스 영상 원본을 삭제했다가 복구업체에서 복원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차관은 합의금을 보낸 건 맞지만 영상 삭제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했고, 합의 종료 후 영상 유포를 우려해 삭제 요청을 했지만 원본 영상을 지워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차관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판단했다.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된 택시기사는 기소 유예 처분했다.
경찰, 블랙박스 알고도 ‘영상 확인 안 된다’ 허위 보고서 작성
검찰은 A씨에게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발생 후 블랙박스업체 및 택시기사와 연락해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허위 내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택시기사가 제시한 휴대전화를 통해 폭행 장면 동영상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결재가 진행 중인 내사결과보고서를 회수해 수정하지 않고 직속 상관들로 하여금 결재하게 한 내용을 내사 기록에 담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단계에서 없던 혐의점이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조사한 끝에 지난 6월 이 전 차관이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청 진상조사단은 A씨가 폭행 장면 동영상을 보고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확인했지만 특수 직무 유기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초경찰서장과 과장, 팀장 등은 A씨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 책임 등과 보고 의무 위반만 묻기로 하고 송치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결과 당시 진상 파악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임을 알았으면서도 서울경찰청에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보고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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