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 로열더치셸 분리 촉구

앞서 5월 헤지펀드 ‘엔진 넘버원’은 엑슨모빌 이사직 진출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가 27일(현지시간) 투자자 서한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로열더치셸 회사를 2개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로열더치셸 로고. [로이터]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가 27일(현지시간) 투자자 서한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로열더치셸 회사를 2개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로열더치셸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다음달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앞두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정유업계 체질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헤지펀드업계 ‘큰손’이자 주주행동주의자로 알려진 다니엘 로엡은 자신이 설립한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를 통해 글로벌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의 회사 분리를 요구했다.

서드포인트 측은 기후변화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투자자들 다수가 로열더치셸 주식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서드포인트는 로열더치셸이 두 개의 별도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개 회사는 기존 정유업을 그대로 물려받고, 또 다른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드포인트는 이날 투자자에 보낸 서한에서 이 회사가 이런 식으로 두 개로 분리될 경우 회사 경영전략이 명확해지고, 정유업계 투자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도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이 서드포인트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서드포인트는 투자자 서한을 통해 양측이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글로벌 증시조사기관 S&P캐피털IQ에 따르면 로열더치셸 시가총액은 약 2000억달러(약 234조원)에 달한다.

WSJ는 서드포인트에 대해 “로열더치셸 보유 지분이 5억달러(약 5800억원) 이상으로 이 회사 최대 투자자 중 하나”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설명했다.

서드포인트는 투자자 서한에서 “로열더치셸은 동종업계 다른 회사 주가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 회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만 떼어내 별도의 회사를 만들면 현재 로열더치셸 가치에 맞먹는 또 하나의 회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열더치셸 측은 이날 “정기적으로 회사의 전략에 대해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서드포인트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WSJ는 기후 변화 요인은 갈수록 투자자의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다수의 기관 투자자가 오염도가 높은 산업 지분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에 부착돼 있는 로열더치셸 로고. [AP]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에 부착돼 있는 로열더치셸 로고. [AP]

또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 하나인 ‘엔진 넘버원’은 올해 5월 열린 엑슨모빌 주주총회에서 자체 선임한 이사 후보 4명 중 2명을 이사로 당선시키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헤지펀드는 엑슨모빌 지분을 0.02%밖에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탈탄소 시대에 대비해 엑슨모빌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아울러 엔진 넘버원의 약진 소식이 전해진 5월 네덜란드법원은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2019년 기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기업을 상대로 탄소배출량 감축 명령을 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지난해 2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엑슨모빌은 지난해 말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6년 대비 15~20%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은 올해 1월 인도 재생에너지기업 아다니 그린에너지 지분 20%를 매입하는 등 탈탄소 전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