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ㆍ칠곡 아동학대, 윤일병 폭행 사건, 세월호 재판을 보면서 살인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당연히 사람의 생명은 사회적 지위, 나이, 건강상태, 인종에 관계없이 소중하다.
범죄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경우로, 살인, 존속살해죄 등이 있다. 둘째는 아무런 고의없이 과실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전형적인 경우다. 셋째는 선행범죄를 범한 상태에서 사람을 죽일 고의는 없었지만 죽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사람이 죽게 된 경우다. 상해치사죄, 유기(학대)치사죄, 교통사고 후 도주치사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의와 과실이 결합된 범죄로,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법 적용이 가장 어려운 경우다.
요즘 여론의 관심이 높은 세월호 사건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고의범인 살인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상해치사, 학대치사 또는 유기치사 등으로 처벌할 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 내의 물리적 폭력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거나 동기가 뚜렷한 경우는 살인죄의 고의를 인정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처럼 선장의 구조의무 불이행이라는 이른바 부작위(不作爲)에 의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나 가정 내에서의 폭력행위 등으로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 장기간에 걸쳐서 학대행위가 계속됐고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한 두번의 폭력행위와 바로 연결되지 않을 때는 고의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살인의 고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인정할 자료가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한다면 실무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일반인들은 세월호 사건처럼 피해자들이 많거나 군대 내 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가증스러운 행위로 피해자가 죽게 되면 심정적으로 가해자의 엄벌을 바라게 되고 사형도 가능한 살인죄로 처벌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구체적 사건의 법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와 이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국가 활동도 당연히 국민의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러가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법무법인 정동 정노찬 변호사>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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