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지극히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 패션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놈코어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티셔츠나 청바지 등을 주로 입는 평범한 스타일을 말한다.
놈코어 패션의 단적인 예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1955~2011년)가 아이폰 신제품 발표 때마다 청바지와 검정 터틀넥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다.
놈코어 패션을 고수해온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정보기술(IT) 부호들은 늘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성 패션잡지 GQ는 2011년 저커버그, 잡스, 게이츠를 나란히 워스트 드레서 1~3위에 꼽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놈코어 패션은 고도의 전략이었고, 최근엔 재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나 좋은 옷을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의 새로운 정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잡스가 신제품 발표 때 130달러 짜리 이세이 미야케 터틀넥과 리바이스 501 청바지(138달러), 뉴발란스 운동화(130달러)를 고집한 것이 애플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 밝혀진 바 있다.
옷차림이 단순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애플의 신제품으로 쏠렸다.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옷장에 똑같은 검은색 터틀넥 수십 장을 쌓아놓고 있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평소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 등 편안한 차림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편하고 똑같은 옷을 고민없이 입으면서 보다 중요한 곳에 신경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온라인 질의응답 행사에서 매일 똑같은 티셔츠를 입는 이유에 대해 “무엇을 입을 것인지,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옷장에 회색 티셔츠만 20벌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항상 브이넥 스웨터를 입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역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색깔만 다른 브이넥 스웨터를 입고, 프레피룩(미 명문 사립고등학교학생들이 입는 듯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월드와이드웹(www) 세상에서의 또다른 영웅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다르지 않다. 그는 창업 이래 하얀색 혹은 푸른색 셔츠와 카키색 면바지를 즐겨 입는다.
잡스 사망 후 후계자가 된 애플의 새 CEO인 팀 쿡 역시 프레젠테이션 패션은 잡스와 무척 닮아 있다. 쿡은 애플 신제품 발표 때 검은색 긴팔 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안경은 항상 렌즈를 감싸는 프레임이 없는 직사각형의 안경을 착용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창업자 레이 쥔(雷軍)도 공식석상에 늘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그는 잡스의 패션과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따라한 데 대해 한 인터뷰에서 “잡스의 스타일을 따라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며 “전 세계가 잡스를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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