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속 등으로 파산 신청한 미성년자 5년 새 80명

상속 신고·후견인 선임·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 지원

부모 사망 신고한 지자체에서부터 법률지원 시작

법무부. [헤럴드경제 DB]
법무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법을 몰라 부모의 빚마저 물려받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국가가 법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친권자가 모두 사망했거나, 사망하지 않은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미성년자의 경우 상속 신고부터 채무부존재 소송에 이르는 법률적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성년자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부처 협력 법률지원 체계 마련’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엔 협력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도 함께 했다.

법률지원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법률구조공단 간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사망신고를 접수한 지자체의 민원·행정부서에서 지원 대상자를 일차적으로 선발해 이를 복지부서로 전달하고, 복지부서에선 상담 후 법률지원 신청을 돕는다. 이후 신청을 받은 법률구조공단이 지자체 자료를 바탕으로 미성년자 유형별 법률지원을 제공하는 식이다.

법률 지원 대상이 되는 미성년자는 ▷친권자인 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 ▷친권자가 있으나 별거 중이거나 연락 두절인 경우 ▷함께 사는 친권자의 친권이 제한됐거나, 질병 등으로 친권자의 의사표시가 불가한 경우 등이다.

법률구조공단은 본부 내 변호사 1명, 일반직 2명으로 구성된 법률복지팀을 신설하고, 미성년자들이 이용하기 편한 지부나 출장소에 사건을 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원 대상 미성년자들의 상속 신고부터, 후견인 선임 및 한정승인 신청,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돕는다.

현행 민법상 피상속인의 사망 시 상속인이 일정 기간 내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모든 채무도 물려받게 된다. 상속 포기란 재산과 빚을 전부 포기하는 것을, 한정승인은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되 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는 것을 말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법률 지식이나 대응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의 경우 이러한 기간 내에 한정승인·상속 포기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해 부모의 빚을 대물림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자 80명이 채무 상속 등으로 개인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빚의 대물림이 파산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빚을 물려받게 되는 미성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민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발의된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법률을 개정해 해결하기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정부는 법률 개정 전에도 상속 관련 법률 조력이 필요한 미성년자를 선제적, 주도적으로 발굴해 법률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다부처 협력 법률지원체계는 지금 브리핑 시점 이후로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