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1심 재판부, 동양대 PC 증거능력 없다 판단
허위 스펙 2종, 조국 연구실에서 나와
동양대 PC와 무관…정경심 재판에선 ‘조국이 허위 작성’
대법원 2월 전 정경심 교수 처리 유력
1심은 ‘동양대 PC 없어도 유죄 인정 가능’ 판단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얼마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조 전 장관은 정경심 교수 1,2심에서 입시 서류 위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본인 재판에서도 유죄 선고가 유력했는데, 중요 증거가 날아간다면 혐의를 벗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증거 문제 때문에 무죄가 나올 확률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을 하나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달 24일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와, 부부의 자산관리사 김경록 씨가 제출한 조 전 장관 서재 PC의 하드디스크, 아들 조모 씨의 PC 등 3가지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양대 PC는 정 교수가 사용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문제의 위조 표창장 파일이 나온 컴퓨터입니다.
위조 표창장 파일 나온 PC…증거 무효?
형사소송법 제108조(임의 제출물 등의 압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 또는 유류한 물건은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동양대PC는 정경심 교수가 위조한 표창장 파일이 들어있는 컴퓨터입니다. 변호인은 이 증거물을 쓰면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PC에서 파일을 추출할 때 정 교수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 전 장관이 서재에서 쓰던 컴퓨터 저장장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저장장치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가 제출한 겁니다. 김씨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인멸을 위해 조 전 장관의 자택 PC에서 하드디스크 1개와 SSD 1개를 떼어내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변호인은 김씨로부터 증거물을 받았더라도, 거기서 파일을 추출할 땐 조 전 장관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 교수의 1,2심에선 이 컴퓨터에서 나온 증거물이 모두 유효하게 채택됐습니다. 동양대 PC 관리자인 동양대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물건이지, 정 교수나 조 전 장관으로부터 가져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범죄 피의자로부터 받은 게 아닌 제3자에게 임의로 받은 물건은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동양대 컴퓨터는 정 교수가 사용하던 물건이었지만, 강사 휴게실에 방치됐고 이후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책임 하에 조교가 관리해왔습니다.
‘7대 허위 스펙’ 중 2개 작성한 조국, 정경심 PC와는 무관
‘장OO가 조민을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주는 대신 조국은 장△△에게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확인서를 주기로 하는 스펙품앗이를 약속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 185페이지)
조국 전 장관은 흔히 ‘7대 허위 스펙’으로 알려진 가짜 서류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 증명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의 1,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직접 이 서류를 작성했다고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 전 장관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은 두가지 서류들은 재판부가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정경심 교수 동양대 PC와 방배동 자택 하드디스크, 조 전 장관 부부 아들 컴퓨터와는 무관한 것들입니다. 이 서류는 제3자에 의해 제출받은 게 아니라, 검찰이 직접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조 전 장관의 교수실 업무용 PC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따라서 법원이 이번에 밝힌 3가지 증거를 모두 인정하지 않더라도, 허위 서류 작성 혐의 자체와는 무관합니다.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는 소위 ‘스펙 품앗이’ 관계가 드러난 서류입니다. 조민 씨는 외국어 고등학교 문과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식 학술지에 등재된 단국대 의대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립니다. 대신 조 전 장관은 딸에게 논문 제1저자 스펙을 만들어준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과 자신의 딸이 서울대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십 과정을 수료한 것처럼 증명서를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 서류를 발급할 권한이 없습니다. 결국 조씨는 이 논문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게 없었다는 게 드러났고, 대한병리학회는 이 논문을 직권으로 취소했습니다.
아쿠아펠리스 서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쿠아펠리스 호텔 서류는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PC에서도 발견됐지만,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 PC에서도 나왔습니다. 국내에 실존하는 아쿠아펠리스 호텔 시니어 매니저가 조민 씨를 미국 코넬대 호텔 경영학과에 추천한다는 영문파일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조민이 3년 동안 아쿠아펠리스 호텔에서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고객의 자녀들을 위한 멋진 계획을 만들었다.’
영문으로 기재된 코넬대 추천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파일 작성자는 ‘조국&정경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쿠아펠리스 호텔에는 이러한 추천서를 영문으로 작성할 만큼의 어학능력을 갖춘 직원이 없었고, 이런 유형의 추천서를 발급한 적도, 조민 씨가 참여한 인턴십을 운영한 적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조 전 장관은 아쿠아'펠'리스라는 상호를 아쿠아'팰'리스로 잘못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정경심 대법원 판단, 향후 결과는
조국 전 장관 1심은 한달에 두 번 정도 재판을 열고 있습니다. 증인신문 절차도 꽤 남아 있기 때문에 최소한 두 달 이상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심 교수는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정 교수 구속 기한이 내년 2월까지이기 때문에, 조 전 장관 사건보다 먼저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정 교수는 조국 전 장관과는 달리 동양대 PC 증거가 없어지면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파일이 나온 게 이 컴퓨터이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조국 전 장관 1심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근거로 든 대법원 판결 주심은 정 교수 상고심 주심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지난 11월 불법 촬영물 성범죄 피의자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합니다. 대학 교수가 술에 취한 제자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와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촬영된 아이폰 전화기를 가지고 나와 경찰에 증거로 제출합니다. 문제는 이 피해자가 A교수의 또다른 갤럭시 스마트폰을 한 대 더 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제자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들어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제출한 A교수의 아이폰 전화기는 증거로 인정합니다. 제3자인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임의제출물’로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추가 범행 파일이 저장됐던 갤럭시 전화기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전화기를 수사기관에 갖다줬을 땐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였고, 새로 발견된 범행은 별개의 것이어서 영장을 받아서 파일을 추출했어야 됐고, 가해자인 교수의 참관도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국 전 장관 1심 재판부는 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정 교수의 참관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별도의 증거를 추가 발견한 경우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제3자가 제출한 증거에서 파일을 추출할 때도 피의자의 참관 절차를 보장한 것이라는 겁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가 교수 불법촬영 대법원 판결을 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봅니다. 교수 성추행 사건에선 스마트폰을 피해자가 제출했을 뿐이지, 그 전화기가 교수 소유가 명백한 반면 동양대 PC는 엄연히 학교가 관리하던 물건이 맞다는 겁니다. 동양대 PC의 경우 강사휴게실에 방치되던 물건에서 우연히 ‘조국 폴더’가 발견된 것인데, 디지털 증거를 뽑기 전엔 이 컴퓨터의 소유자가 누구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참여권을 보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폅니다. 조 전 장관의 자택 PC 저장장치의 경우, 김씨가 증거인멸죄 이미 처벌을 받은 만큼 김씨가 제출한 물건을 공범관계인 조국, 정경심 둘에게 증거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도 주장합니다.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에서 근거로 든 대법원의 교수 불법촬영 사건의 주심은 천대엽 대법관이었습니다. 천 대법관은 정경심 교수 상고심 주심 대법관이기도 합니다. 결국 천 대법관 스스로 11월에 나왔던 교수 불법 촬영 판결을 정 교수 사건에도 일반화해서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증거 추출 과정 참여권을 보장하는 게 옳다고 판결한다면 검찰은 표장장 위조 파일을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1심 재판부는 ‘동양대 PC 없어도 유죄 넉넉히 인정’
만약 대법원이 동양대 PC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정경심 교수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낼 경우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새로 열립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곧바로 유무죄 판단이 바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동양대 PC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로 표창장 위조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PC를 빼더라도 나머지 사실로 충분히 위조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조민 씨가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고, 학교에서도 이러한 서류를 발급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습니다.
〈정경심 교수 표창장 위조 1심 재판부 판단 요약〉
1.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는 증거능력이 있다.
2. 설령 변호인 주장대로 위법 수집증거라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정경심 교수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동양대 총장 최성해가 정경심 교수에게 1차 표창장을 발급하거나 재발급을 승낙한 적이 없고 동양대의 직원 또는 조교들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②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기재사항이 총장 명의로 수여되는 각종 상장과 현저히 다르고, 발급일도 청소년 인문학프로그램 2기 수료일이 아니다.
③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총장 직인 부분은 프린터로 인쇄된 것이고, 해당 직인 부분은 조원의 최우수상 상장 중 해당 부분을 캡처하여 좌우 길이를 늘린 것과 일치한다.
④ 동양대 어학교육원의 조교 또는 직원이 위와 같은 작업을 거쳐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할 이유가 없다.
⑤ 1차 표창장, 동양대 총장 표창장 및 이를 촬영한 사진파일의 원본파일을 모두 분실했다는 정경심 교수 주장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물론 대법원이 동양대PC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1,2심 판단을 유지한다면 정 교수는 그대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됩니다. 정경심 교수 구속 만기일은 2월22일입니다. 따라서 그 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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