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 모호성 제정 이후 줄곧 지적
고의·중과실 없는 사고도 처벌 ‘가혹’
중기 40% “이해 어려워 준수 불가능”
“대기업들처럼 전담조직을 둘 수도, 법률회사에 자문을 구할 형편도 안 된다. 답답한 마음에 고용노동부의 해설서를 수능 공부하듯 뜯어보고 있는데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소기업들은 한결같이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연말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의 반응은 거의 일치했다.
사고가 곧 사업주 구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강압적인 처벌에 커지는 불안감은 차치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막막하다는 게 거의 일치된 목소리다.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은 법 제정 당시부터 줄곧 제기돼 온 문제다. 사업주 처벌수위와 책임범위, 법 적용 사고의 폭 등은 향후 사고사례가 쌓여야 명확해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중대재해법 준비 실태조사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법 시행일(27일)에 맞춰 의무준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골자. 그 이유로 응답기업의 40.2%가 ‘의무 이해의 어려움’을 꼽을 정도다.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에 관한 규정부터 보자.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들은 최고경영자의 형사적 책임성을 최대한 분산시키기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하는 등 처벌 가능성을 낮추기에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도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오너가 최고경영자(CEO)를 겸하는 회사가 99%인 중소기업은 ‘사고=형사처벌’ 등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연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적절한 컨설팅지원을 해달라. 불확실성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이런 정부의 지원과 함께 최소한의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강력하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정부 지원책으로 ‘업종·작업별로 구체적이고 상세한 안전의무 매뉴얼 작성·보급’을 들었다. 안전설비 투자비용이나 인건비 지원, 안전관리비용을 반영한 납품가 현실화도 요구했다.
불가항력으로 발생하는 사고까지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과도한 처벌기준도 보완돼야 한다고 중소기업계에선 강조한다. 아무리 안전설비를 강화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해도 직원의 부주의나 고의성 없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균형 있는 입법 요구가 현장에서 빗발친다.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는 면책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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