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6일 열린 올해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발표는 동결이지만 인상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모든 발언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집중됐고 3월부터 3차례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점은 더 확실해졌다.

연준이 시장 달래기에 노력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확대를 2월에 끝내기로 했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속도는 2배로 더 높인다. 이에 따라 다음달이면 300억달러 채권 매입을 끝으로 더 이상 인위적인 달러 공급은 없다. 통화량의 바닥 다지기가 마무리 됐으니 3월의 금리인상은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연준 자산의 축소 방안으로 원론만 강조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장 경제조치로 연준은 2년간 약 9조달러의 국채·주택유동화증권(MBS)을 사들이며 달러를 풀었다. 2배로 늘어난 보유자산은 팔아서 줄여야만 한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다. 그 동안과는 반대인 달러 흡수, 즉 긴축이다. 연준은 ‘조만간 예측 가능한 방식’이라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일부는 매각하고, 일부는 재투자해서 경제 금융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금리인상과 긴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지는 않겠다는게 연준이 시장에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이제 금리상승은 글로벌 추세다. 그건 자산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당연히 찬바람을 맞는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 그나마 시간을 벌었는데도 자산시장엔 냉기가 완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시장과 환율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특히 환율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환율상승이 수출에 유리하다고만 보는 건 옛날 얘기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외환시장 매도 개입을 크게 늘렸지만 이미 환율은 불안하다. 연초부터 달러당 1200원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다.

주가, 원화, 채권가격의 트리플 약세(환율과 금리는 상승)는 금융시장의 최대 악재다. 모든 금융위기는 그럴 때 왔다. 그런데 지금 트리플 약세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주가와 채권(금리)은 이미 왔고 원화의 추이만이 변수로 남은 상태다. 아직 위험 수위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도 아니다. 기업과 정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개인들까지 위험 상황을 가정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