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 요구
박은정-수사팀 갈등 이후 새 국면
전문가들 “검찰의 책임 회피” 지적
검찰 내부도 “누구 눈치보나” 비판
성남지청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면서 보완수사는 결국 경찰이 맡게 됐다. 고발 이후 4년 가까이 지난 사건인 만큼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맡아 마무리하는 편이 적절한데도 다시 경찰로 넘겨 책임을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전날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관련 성남FC 후원금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해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후 고발인 측 이의신청에 따라 검찰에 송치된지 약 5개월 만이다.
박은정 지청장과 수사팀 사이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이견이 표면화되면서 촉발된 갈등은 성남지청의 보완수사 요구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형사법 전문가들은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낸 것을 두고 ‘검찰의 책임 회피’라고 비판한다. 2018년 6월 고발이 이뤄진 후 이미 3년 8개월이 지났는데도 마무리는 되지 않고 사건이 경찰→검찰→경찰로 ‘핑퐁’이 이어지면서 사건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지난해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등 관련 규정상 ‘경찰 불송치→고발인 이의신청→검찰 송치→다시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흐름이 무한히 반복될 수 있다. 만일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이 재차 불송치 결정한 뒤 고발인 측이 또 이의신청을 하면 다시 검찰로 송치되는 상황도 이론상 가능하다. 경찰의 보완수사 자체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왜 성남지청이 직접수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수사를 해서 혐의 유무를 명확히 밝히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다시 넘겼다는 것 자체가 수사권 조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 갖고 있는 수사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형사 송무 전문가인 또 다른 변호사도 “현 형사사법제도의 수사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수사기관이 이렇게 사건을 떠넘기려 하는 걸 검찰개혁이라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성남지청은 “수원지검의 지휘를 존중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59조를 근거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검찰이 특별히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치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예외적으로 직접 보완수사 하도록 정한 규정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책임 회피라는 지적은 검찰 내에서도 나온다. 한 간부급 검사는 “지금 이런 결정은 본인들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것 아니냐”며 “경찰한테 사건을 넘기고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총장이든 지청장이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역할을 해야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사도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라곤 하지만 맡길 거였으면 이렇게 난리나기 전에 맡길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사안은 2018년 지방선거 전 당시 바른미래당 측이 이 후보를 고발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기업들에 성남FC 광고비 등으로 160억여 원을 내도록 했다며 고발했다. 그러면서 구단주인 이 후보가 해당 기업들의 현안을 해결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기업들은 각각 수십억 원의 협찬금을 냈지만 성남FC는 특별히 기업 광고를 하지 않았다.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후보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했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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