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권 빌딩 매물 출회 증가세
최고가 거래 줄잇던 작년과 달리
호가 형성도 비교적 안정적인 분위기
“올해 거래량 줄고 가격도 약보합” 전망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택시장에 이어 빌딩시장 또한 거침 없는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활황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새해 들어 매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가격 상승 흐름도 주춤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이어진 공실 상황에 대출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 이태원, 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건물 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건물주가 하나둘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빌딩의 경우 일부 투자자를 상대로 알음알음 거래가 이뤄지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거래플랫폼 등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매수자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실제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4번 출구 앞 반경 200m 내에만 상가건물 2채, 일반건물 7채 등 총 9채의 빌딩 매물이 나와 있다. 모두 종로 핵심상권에 있는 곳으로 건물 한 채를 통으로 매각하는 물건이다.
마포구 상수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형성된 홍대상권에도 건물 65채가 매물로 나와 있다. 대다수는 수십억~100억원대 초반 선으로 저층부 또는 전층을 근린생활시설(상가)로 하는 상업용 건물로 파악됐다.
매물이 많다 보니 호가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작년까지만 해도 팔렸다 하면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로 활황세를 보여 호가를 높게 부르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최근 들어선 직전 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시세를 맞춰 부르는 매물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빌딩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은 보합 혹은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의 수요 유입이 끊기진 않겠지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임대수익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격 고점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다만 최근 1~2년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개별 물건의 직전 거래가격 대비 상승 폭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시세가 많이 오른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신고가 물건이 줄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시세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빌딩시장은 대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수익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중소형 빌딩 뿐 아니라 펀드나 운용사가 주로 다루는 중대형 빌딩에도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은 금리나 유동성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상가건물을 산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상권은 생각보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