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40일만에 사망 사고 46건
안전투자 확대 인력보강해도 사고 발생
투자여력 부족한 중소기업들 불안 가중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한 놈’을 불러왔는데, 예방효과는 보기 힘들고 기업인들만 ‘교도소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 됐다. 연초부터 사업장 사망사고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늘어나자 대처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더 짙어졌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1월 27일) 이후 지난 9일까지 발생한 사업장 사망사고는 총 46건. 중처법 적용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만 해도 삼표부터 시작해 요진건설, 여천NCC, 쌍용C&E 등 8곳에 달한다.
중처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법인의 처벌을 규정한 것. 산업 현장에서는 처벌 강화와 중대재해 예방효과와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처법 시행 하루만에 채석장 사고가 난 삼표의 경우 안전시설 강화를 위해 지난 2년간 87억원, 기타 계열사에 90억원 등 총 371억원의 안전관리 예산을 집행했다. 올해도 안전관리비 2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 이 외에도 사업부별 안전보건경영책임자(CSO)를 16명 지정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 운영을 위한 규정 및 매뉴얼, 체크리스트 등을 수립해 전 사업장 배포하기도 했다.
요진건설 역시 올해 초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했다. 안전보건업무 전담팀을 설치해 안전환경부 직원 수를 5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안전투자를 아무리 해도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공포’가 팽배한 상황.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력이 없다. 이윤확보와 자본축적에서 열세인 탓이다. 사고 발생이 사업주만의 책임이 아닌데, 안전보건의무를 이행한 사업주에 대한 면책조항도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 크다.
이런 불안감은 안전보건 관련 컨설팅업체에 쏟아지는 중소기업들의 문의에서 확인된다. 산업환경 컨설팅업체 A사는 지난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사고 예방 솔루션에 대한 중소기업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문의에 비해 실제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게 A사의 전언.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는지 몰라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안전보건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기도 힘든 실정”이라 전했다.
중소기업계는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을 경우 면책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해달라고 호소한다. 사고예방이 사업주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현장에서는 아무리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해도 안전조항이 근로자들의 몸에 익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며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명확해줘야 한다. 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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