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솔닛. 창비 제공
미국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솔닛. 창비 제공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기보다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누리는 게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남성이 상대적으로 빼앗기는 건 아니라는 걸 얘기해 나갔으면 좋겠다.”

미국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솔닛은 15일 회고록 한국어판 출간 관련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페미니즘은 보편적 휴머니즘임을 강조했다.

‘맨스플레인’ 현상을 비판하며 동시대 여성의 대변자로 떠오른 솔닛은 첫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에서 한때 스스로를 세상에서 지워진 보이지 않는 비존재로 인식했다고 고백한다. 폭력과 성희롱, 결핍과 외로움에 세상으로부터 숨거나 엇나갔다. 그러다 책을 읽고 미술을 공부하고 글을 쓰고 세상과 맞서면서 단단해져갔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는 목소리 찾기라고 부른다.

그는 집필 배경에 대해 “작가로서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지만, 여성으로서는 늘 폭력에 노출돼 있는 일반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솔닛은 “일상에서 겪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주변에서는 오히려 ‘눈에 띄려고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들었다”며 “내게 그 말은 ‘누군가 너를 죽일지 모르니 존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솔닛은 “나의 책은 여성혐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혐오는 다른 곳으로 이주함으로써 도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 노력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회고록은 전적으로 사적이기만 한 책은 아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사회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한국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하는 상황을 보면서 인종차별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여가부 폐지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은 ‘유색 인종은 더 이상 억업 받지 않고 있다는 논리’에 따른 인종차별주의 확산 때문이었고, 결과적으로 지난 5년여 간 반여성주의·반인종주의가 미국 내에서 강화됐다”며 한국의 여가부 폐지 논란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에게 “너무 좌절할 필요도, 멈출 필요도 없다”며,“여전히 여성을 공격하고 페미니즘을 반박하는 세력이 있더라도 여성주의 사상 자체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