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수개월 째 거부해 폐쇄성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6월 9일 제10차 전원위에서 “전원위 회의록을 공개하면 인권위원의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며 향후 외부의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한 달에 두 번꼴로 개최되는 전원위는 위원장과 상임ㆍ비상임위원 등 11명으로 구성된 인권위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다. 각종 정책이나 주요 진정사건에 대한 심의ㆍ의결이 이뤄지며, 공개 안건은 외부인사의 방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10차 전원위 회의 이후 인권위는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월 23일 열린 제11차 전원위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국정감사에서 법적 근거를 묻자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의 독립성 문제”라고 답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이후 재차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지 못했다”며 “지난 4일 의원실에서 회의록을 열람하는 것에 그쳐 논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11차 전원위는 지난 3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인권위가 재심사를 앞두고 제출할 답변서를 의결한 자리였다.

설립 후 첫 등급보류 사태로 인권위 위상 추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추후 대응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지만 인권위는 이 안건을 ‘비공개’로 다룬 데 이어 논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언론에 인권위원들의 소신 발언이나 실명이 노출되다 보니 발언이 위축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르면 전원위의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다만 위원회가 국가 기밀이나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등 필요성이 인정되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인권위가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위원들을 위한 보호막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인권위법을 제정할 때 위원들의 책임성과 시민의 감시 등을 담보하기 위해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한 것”이라며 “진정인이 아니라 인권위원들을 보호하려고 편의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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