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지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지났다.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김장을 담갔다.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장을 담그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겨울나기 행사였다. 온 동네 부인들이 모여서 담그는 김장은 집안행사이자 마을행사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김장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확하게는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로 이름을 올렸다. 김장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김장은 문화나 정서적으로 소중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뛰어나다.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김치를 넉넉히 구비해둠으로써 양식이 부족한 겨울을 버틸 수 있었다. 다가오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대규모 김장을 통해 김장 담그는 비용을 줄이고 노동력도 극대화했다. 김장의 경제학을 거시 경제적으로 환산해보면 엄청날 것이다. 얼마 전에는 김치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김장풍경도 변해가고 김치의 중요성도 잊혀져간다. 김장 담그기 행사가 부쩍 줄어들고 김치 담그는 양도 줄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김장 담그는 집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다른 먹거리가 많다보니 김장김치의 양도 크게 감소했다. 올해 김장을 담그는 비용을 추정해보니 4인 가족 기준 17만원선이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채소류와 양념류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산정한 ‘김치지수’도 85.9로 나타난다. 김치지수란 4인 가족이 김치를 담그기 위해 재료를 전통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에서 구입하는 비용을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 5년간의 평년가격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올해 김장비용이 85% 수준이라는 것은 농가에 우울한 소식이다. 배추와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김장 재료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사라져가는 김장문화를 되살려야 농업인이 힘을 낼 것이다.
올해는 김장을 한 포기씩이라도 더 담가서 이웃들과 나누어 먹자.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하고 나누는 것이 우리네 ‘정’이다. ‘함께 담그고 나누는’ 것이 우리 김장문화다. 배춧값 폭락이 우려되자 일부 농가에서는 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안타까운 모습도 나타난다. 지자체마다 수급안정을 위해 가을배추 시장격리, 절임배추 판매확대, 김치 가공업체에 원료매입자금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인 소비 촉진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김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나고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이웃들과 김장을 나눈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에도 보탬이 되고, 넉넉한 이웃간의 정을 되살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달라진 시대, ‘김장의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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