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장애인 단체 시위’ 이유로 방치”
“일반단체라도 지하철 막는 투쟁은 위반”
李 향한 당내 시선 복잡…비판 목소리도
김예지 “정치지도자, 들어주는 노력 필요”
전장연 “인수위 답변, 李 공식 사과 요청”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해 "장애인 단체가 아니라 일반 단체라고 해도 지하철을 막는 방법으로 투쟁하면 실정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전장연 측에서는 '20년을 기다렸다'지만, 그렇다고 해 서울 지하철을 중지시키는 방법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는 장애인 문제 등에 개입하면 손해를 본다는 속설이 있다"며 "(그러나)저는 이번에 전장연이 하는 (시위)방법을 제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몇개월이나 됐는데도 정치인이 장애인 단체 시위라는 이유로 방치(했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다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 건에 대해선 "쟁점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9초 쇼츠 공약을 보면 제가 만든 것이 세 번째 공약인데, (내용은)광역·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 설치"라며 "이동권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세세하게 공약했다"고 했다.
또 "저는 장애인 단체 중 전장연이라는 단체의 행동 방침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 측에서 요구한 사과를 놓곤 "사과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며 "저에게 '장애인 혐오'란 말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혐오라는 단어를 너무 가볍게 쓴다. 제 언행 중 장애인을 비하한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를 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해보인다.
말을 아끼거나 시민 불편에 초점을 맞추되 전장연과는 각을 세우지 않는 방식을 주로 취하는 분위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전날 관련 질문에 "제 답변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당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원내로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분과는 전날 전장연을 찾아 이들의 입장을 경청했다.
해당 분과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경청하러 왔다.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은 단기·중기·장기적인 것에서 검토 중"이라며 "여러분의 절박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부분도 이해합니다만, 이로 인해 다른 시민들께서 불편을 겪고 계시니까"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를 향한 비판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시각 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자신을 향한)혐오의 감정과 짜증 섞인 표정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위를 해야 했음을 누군가는 인정하고 들어주는 노력을 하는 게 정치 지도자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장애를 갖는 딸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전장연이 민주당·정의당 소속이라 할 정도의 성향을 가진 단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 시위 활동도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하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일단 장애인 권리 예산과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을 기다리고,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 기간 매일 오전 8시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릴레이 삭발 투쟁을 진행키로 했다. 또 오전 9시에는 혜화역 승강장으로 이동해 선전전을 여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전날 "인수위 면담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에 필요한 4가지 법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답을 줄 것과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출근길 지하철 타기는 내일부터 잠시 멈춘다. 그 대신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경복궁역에서 한 명씩 삭발하기로 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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