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에서 음악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그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재즈든 팝이든 클래식이든 음악은 인물, 사건과 함께 이야기의 필수 요소이다. 의식의 흐름을, 사건의 기억과 징후를 열어주며 이야기를 밀고 간다.

화제작 ‘1Q84’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로 시작하며, ‘태엽 감는 새’는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으로 문을 연다. ‘해변의 카프카’의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 ‘노르웨이의 숲’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 등은 하루키 문학을 여는 열쇠다.

클래식 매니아이자 음반 수집가로 유명한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1만5000여 장의 아날로그 레코드 중 486장의 클래식 레코드를 한 권의 책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에 담아냈다. 대부분 1950,60년대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좋아해 60년 가까이 레코드 가게를 부지런히 들락거리고 있다는 그는 “이쯤 되면 취미라기보다 ‘고질병’에 가까운지도 모른다”며, 책보다 레코드엔 나름대로 집착이 있는 모양이라고 쑥쓰럽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 컬렉션은 통일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어쩌다보니 닥치는 대로 사모은 것들, 중구난방”이라며, 명반, 희귀반엔 거의 관심이 없고, 듣고 좋으면 소장하고 아니면 처분하는 식이라고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반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감추지 못한다. “가끔 한 시간쯤 멍하니 바닥에 앉아서 마음에 드는 레코드 재킷을 차례차례 손에 들고 바라본다”며,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고 진정한 음악애호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책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부터 슈만 교향곡 2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쇼팽 발라드 3번,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 익히 알려진 작곡가들의 교향곡과 협주곡, 오페라, 무용음악까지 100곡이 넘는 클래식 명곡을 다룬다. 한 곡당 예닐곱 개의 앨범은 기본이다.

개성이 다른 다양한 지휘자와 연주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의 특징을 음악적 지식보다 느낌과 취향 중심으로 비교 설명해 하우스 음악과 해설을 듣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던 곡과 사연, 음반을 구입하게 된 과정과 에피소드를 듣다보면 곡을 찾아 듣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추억을 소환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재킷들은 그 자체로 볼 거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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