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상의 중처법 설명회 가보니

법 시행 전후 교육 받았지만 큰 도움 안돼

기업들 컨설팅 통해 각자도생으로 대처

예상치 못한 사고로 회사 존폐는 어불성설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명회 모습. [안산상공회의소 제공]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명회 모습. [안산상공회의소 제공]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CCTV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CCTV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

“막상 법 시행 후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따라가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습니다. 한번 걸리면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듭니다.”

“법 자체가 모호하고 방대하기까지 한데 제공되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단편적입니다. 돈을 더 들여서 컨설팅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막막한 것은 사실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 후 2개월이 지났다. 이에 맞춰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상공회의소에 열린 순회설명회에 참석한 40여명의 기업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의 존폐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니 여전히 대처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법을 겪으면 겪을수록 의문점과 우려만 더 커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법 시행 전후 여기저기서 관련 교육도 쏟아졌지만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은 많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건설업체 직원 A씨는 “어떻게 해야 사고를 예방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며 “처벌을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려고 분명 노력했는데도 ‘재해처럼’ 발생하는 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개월이 넘은 시점이지만 기업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사실상 각자도생으로 대처법을 찾고 있었다. 전동기 및 발전기 제조업체 실무 담당자인 B씨는 “안전 관리를 전담해서 맡을 수 있는 부서를 따로 두기 어려워 기존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부터 안전 관리감독을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며 “이 업체에 최근 중대처해처벌법 맞춤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기기 제조업체 직원 C씨도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아직도 전담 부서를 만들지 못했다”면서도 “이 업무를 겸직으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담당 인원 채용 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채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과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기업인을 죄인처럼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최근 안전관리를 굉장히 강화했다”며 “하지만 성실히 안전보건 관리에 임하더라도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모르는데다 최대한 법적 테두리 안으로 맞추려고 하지만 솔직히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말 그대로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대대적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거의 문 닫을 지경”이라며 “생산 라인을 중단하면 새로운 계약을 못 딸 수도 있어 매일 노심초사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달 동안 발생한 사망 사고는 35건, 사망자는 42명이다. 법 시행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사고 18건, 사망 18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법을 준수하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는 자체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업들 공통 의견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자사 직원뿐만 아니라 하청근로자, 노무 제공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확보 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교육도 제공되고 있지만 법 자체가 방대하고 복잡해 기업 실무선에서 충분히 숙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관계 부처에서 나오는 설명자료가 1000페이지가 넘는데 이걸 한두시간에 이해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법에 보수적으로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했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역상공회의소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전국 순회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면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 묻지 않으니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라며 “기업들이 지금 하는 노력들이 산업안전을 향상하고 향후 예상치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회사의 위기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산=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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