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제주 탐구생활

우도 부속섬 ‘비양도’는 캠핑촌 변신

우도봉 초원선 말과 본섬 풍경 감상

천진항-톨카니 사이 아트 파크 입성

굴동포구 앞 간조 때 가보는 토끼섬

희귀생물 서식, 여름엔 문주란 활짝

평대리는 윤여정-김고은 영화촬영지

웨딩 온평 혼인지,현무암 첨성대 인기

제주 토끼섬의 문주란 [사진출처=비짓제주]
제주 토끼섬의 문주란 [사진출처=비짓제주]
에게해 바다빛과 비슷한 우도 하고수동해변 [우도=함영훈 기자]
에게해 바다빛과 비슷한 우도 하고수동해변 [우도=함영훈 기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가장 제주다운 자연생태와 건강함을 더 찾아내는 것은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양파 같은 섬, 제주 여행의 중요 가치로 떠올랐다. 일종의 챌린지다. 개발로 꾸민 것 보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추구하는 이 시국 트렌드이기도 하다.

슬기로운 제주 탐구생활, 정밀한 심미안으로 다시 들여다 보며 매력을 확인한 곳은 제주도 동부, 우도·비양도, 굴동포구·토끼섬, 종달 지미봉, 오조 식산봉, 세화리, 평대리, 혼인지·온평도대불이다.

서광리와 비양도 등 제주 본섬과 똑같은 지명을 품은 동쪽 우도(牛島)는 고원 들판에서 뛰노는 말들, 건강한 식생, 산호백사장 등 희귀 지질, 상생을 주제로 한 예술 테마파크, 작은 섬이지만 상상력을 키우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우도는 제주의 제주라고 불리고, 캠핑촌으로 변모한 부속섬 비양도는 제주의 손녀딸이다.

캠핑촌으로 변모하고 있는 우도 부속섬 비양도
캠핑촌으로 변모하고 있는 우도 부속섬 비양도

▶시인의 섬 우도= ‘우도에 오면 소(牛) 되는 줄 알았는데 시인이 되었다/ 보리밭에 서서 바다를 보는 시인이 되었다/ 우도에 오면 풀 뜯고 밭 가는 소 되는 줄 알았는데, 모래밭에 배 깔고 엎드려 시 쓰는 시인이 되었다.’

시인 이생진은 우도에 와서야 비로소 시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성산포에서 오전8시~오후6시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는 배로 천진항에 내린 뒤, 직진후 우회전해 느리게 20~30분만 걸으면 땅콩마을을 거쳐 우도봉과 우도등대를 만난다.

우도등대와 초원산책길 봄 풍경
우도등대와 초원산책길 봄 풍경
우도봉 초원 입구. 말을 소가 지킨다.
우도봉 초원 입구. 말을 소가 지킨다.

봉우리라고 하기엔 뭣하고, 야트막한 고원 초원 같은 이곳 입구엔 말들이 여물을 먹는 임시 공간이 있고 그 앞을 소(牛) 조형물이 지킨다. 너른 들판 말들이 뛰는 모습, 지중해 같은 색감의 제주바다를 좌우 번갈아보면서 S라인 동편 해안 절벽 윗길을 따라 정상에 이르면, 성산일출봉, 오조 식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등대에선 서쪽으로 본섬의 지미봉도 보인다. 천진항이 누워있는 소의 머리 윗부분이라면, 우도봉은 등갈비쯤 되겠다.

우도봉 초원의 입구 전망대는 소머리와 앞다리 사이 지점이다. 우도에 비가 오면 ‘톨카니’ 쪽으로 폭포가 형성되는데, 비와서 생긴 것이라 ‘비와사 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조해변의 식산봉은 우도 소의 여물로 비유된다.
오조해변의 식산봉은 우도 소의 여물로 비유된다.

▶우도에 소여물 내어준 오조 식산봉= 톨카니란 소의 먹이(꼴〉촐〉톨)를 두는 여물통(칸〉카니)인데, 여물은 물 건너(海外:본섬 갈 때 우도 주민이 쓰는 표현) 오조의 식산봉(食山峰)이다. 오조마을 사람들도 외로운 우도를 생각해 자기마을 산을 우도 소 여물로 인정하는 인정을 베푼다.

톨카니와 천진항 사이에, 세계적인 건축가·환경운동가·미술가인 훈데르트바서 예술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심볼은 양파(onion)인데, 인간과 자연의 공생 의지를 담고 있다. 훈데르트 바서는 직선을 배제한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예술작품들이 많고,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라면서 자연이 주인임을 천명하는 철학을 작품 속에 담았다.

최근 우도에서 문을 연 ‘공생’ 컨셉트의 훈데르트바서 파크
최근 우도에서 문을 연 ‘공생’ 컨셉트의 훈데르트바서 파크
지속가능한 우도 교통수단 전기차.
지속가능한 우도 교통수단 전기차.

산에서 내려와 해안선을 걷거나 우도의 지속가능여행의 아이콘이 된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 ‘가멍 놀멍’ 해변을 구경한다. 전기차 중엔 롤스로이스도 있다.

에게해 색감의 바다인 하고수동해수욕장, 북쪽끝 망루등대와 답다니탑망대, 세계유일의 산호초 가루로 백사장을 이룬 산호사해수욕장, 우도해녀항일기념비 등을 지난다. 무려 시속 50㎞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도 있다. 동쪽 하고수동에서 서쪽 주흥해변 가는 길에 곧게 뻗은 300m 완만한 언덕길인데 현지 대중교통 전문가에게만 허용되는 초고속 주행이다.

▶비양도 캠핑, 굴 속의 달(月)과 팔경= 우도 동쪽, 다리로 연결된 비양도는 요즘 캠핑족들이 부쩍 늘었다. 우도 최초 게스트하우스가 생긴 곳도 비양도인데,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형형색색 텐트들이 섬을 수놓는다.

유람선까지 타면 화룡점정. 우도 안팎을 다 보게 된다. 우도 팔경은 ▷주간명월(晝間明月:한낮에 굴 속에서 달을 본다는 뜻. 남쪽 어귀 해식동굴 초입에 반사경 같은 둥근 흰돌이 깊숙이 비춘다) ▷야항어범(夜航漁帆:밤 고깃배의 풍경) ▷천진관산(天津觀山:천진동에서 한라산을 바라본다) ▷지두청사(地頭靑莎: 우도봉에서 내려다본 푸른 모래:파도와 백사장의 끊임없는 만남) ▷전포망도(前浦望島: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 사이의 앞바다에서 본 우도의 모습) ▷후해석벽(後海石壁:동쪽의 웅혼한 수직절벽인 광대코지) ▷동안경굴(東岸鯨窟:검멀레 해변에 콧구멍 같은 2개의 해식동굴. 거인고래가 살았다는 전설) ▷서빈백사(西濱白沙:서쪽의 흰 모래톱 빛나는 산호 백사장)이다.

우도에서 본 지미봉
우도에서 본 지미봉

우도가 외롭지 않은 것은 자신을 늘 바라봐주는 제주본섬 구좌읍 종달리의 지미봉 때문이다. 우도 산호백사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본섬 해안가 164m 높이로 솟은 산봉우리이다. 땅의 꼬리라는 뜻이라 꼬리만 길었다면 우도와 연결됐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모양이다. 해송 사이로 오르면 봉수대가 있어, 제주본섬 동편과 우도를 수호하는 기능이 컸던 것 같다.

▶굴동포구의 토끼섬 사랑= 북쪽 하도리엔 굴동포구와 토끼섬이 제주스럽다. 우도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굴동포구는 쪽빛바다에 둘러싸인 채, 우도의 비양도처럼, 흰색 토끼섬을 품고 있다.

토끼섬은 백사장 외엔 7월부터 만개하는 문주란(천리향) 천지다. 백로, 노랑발도요 등이 노니는 가운데, 해녀콩우점, 갯금불초, 갯강아지풀, 갯는쟁이 등 희귀 식물이 문주란 사이사이로 자란다. 토끼섬 반대쪽, 굴동포구 한라산 방향 샛길이 문주란로인데, 토끼섬에 대한 애정이 언듯 비친다.

굴동포구 현무암 해안가엔 서양이 원산인 어느 반려견 품종이름 같은 ‘멜튼개’가 있다. 갯담은 바닷돌을 적당히 막아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살 같은 곳인데, 멜튼개는 갯담 중 멸치가 많이 몰려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제주 멸치젖은 멜젖이다.

간조때 걸어가볼 수 있는 토끼섬은 내부 용암이 굳은 표면을 부푼 빵 모양으로 들어 올려 만든 구조 투물루스(tumulus) 언덕이 백사장 가운데 해발 10m로 볼록하다. 하늘에서 섬을 내려다보면 흰토끼 모양이다.

먼 옛날 멀리 아프리카 남단에서 파도를 타고 온 씨앗이 정착하여 뿌리를 내렸는지도 모른다는 토끼섬의 문주란은 천연기념물이다.

배우 윤여정-김고은이 계춘할망을 촬영한 평대 해변 [비짓 제주]
배우 윤여정-김고은이 계춘할망을 촬영한 평대 해변 [비짓 제주]

▶평대리 윤여정과 온평 현무암 첨성대= 인근 세화리에는 편히 쉬다 가시라는 뜻의 세화 질그랭이 센터(로컬푸드, 여행자 쉼터, 카페)가 있고, 조금 더 가서 평대리에 이르면 윤여정-김고은 배우가 열연한 ‘계춘할망’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혼인을 앞둔 연인, 신혼 때를 추억하고 싶은 젊은 가족, 좋은 결실을 기대하는 썸남썸녀라면 성산일출봉 남쪽 온평리의 혼인지도 들러보자. 탐라국 건국신화에 나오는 3명의 선인(삼성)이 벽랑국(완도 일대 추정)에서 온 세 공주와 만나 혼인을 올렸다는 곳이다.

혼인지와 가까운 현무암 첨성대 모양의 온평도대(등대)
혼인지와 가까운 현무암 첨성대 모양의 온평도대(등대)

이 마을 해안가 온평포구 도대불 바닷가엔 현무암 첨성대(등대=도대)가 있는데, 참새 방앗간 포토존이다. 우도가 온갖 풍파에도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운 곳이라면, 온평은 온화하고 평온한 느낌이라는 점에서, 둘다 제주의 원형에 가깝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