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백파선콘텐츠硏 대표
선조·광해군때 첫 여성 사기장
일본 도자기 산업 발전 큰역할
사극 ‘불의 여신 정이’로 알려져
굿즈 제작 이어 헌정앨범 계획
“일본에서 도자기 산업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 백파선(百婆仙)이라는 조선의 여성 도공의 삶과 역사를 대중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백파선콘텐츠연구소 이혜경(사진)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아직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조선 선조, 광해군 시절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놨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의 수많은 사기장들은 포로가 돼 일본으로 끌려갔는데, 사가현 다케오로 온 백파선은 그 사기장 중 한 명인 김태도의 아내였다. 백파선은 남편이 죽은 후 기술자 900여명을 이끌고 사가현의 아리타로 이주해 일본 막부의 도자기 산업을 일으키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일본 아리타 도자기는 지금도 유명한데, 그 발전에 백파선이 크게 기여했음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본은 아리타에 있는 백파선과 이삼평 같은 사기장이 일본 도자기 산업을 발전시켜 유럽에까지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백파선의 구체적인 이름이 남아있지 않다. 증손자가 ‘백 살까지 산 머리가 하얀 할머니’라는 뜻으로 백파선이라고 비문에 새겼다. 2013년 MBC 사극 ‘불의 여신 정이’는 백파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거기서 문근영이 연기한 ‘정이’라는 인물이 백파선이다. 백파선의 고향인 김해시 상동면에는 백파선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간혹 문화행사도 열린다.
이 대표는 서울시 의원 임기를 끝낸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백파선에 대해 공부했다.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백파선콘텐츠연구소를 운영하며 일본으로 간 조선도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가고시마에 있는 심수관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반면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파선의 이름은 기억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나가사키와 사가현 아리타를 몇차례 다녀왔고 국제포럼에도 참가했다.
이 대표는 백파선을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한일관계를 문화예술로 풀 수 있고, 문화콘텐츠로 만들기에도 좋으며, 여성리더십 측면에서 살펴보기에도 좋은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파선 종이 인형, 비누 등 백파선 굿즈를 제작했다”며, “백파선 도자기 투어도 기획중이며, 백파선을 주제로 한 전통무용, 현대무용, 수묵화, 뮤지컬, 동화책, 웹툰, 소설, 유튜브 등의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도자기공모전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파선콘텐츠연구소에서는 최근 작곡가 지수현, 음반제작자 김종현과 함께 서갑숙의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고 올여름에는 이들과 함께 백파선 헌정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이혜경 대표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했던 백파선의 당당한 기백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 한류의 원조 같은 분이시다”면서 “백파선을 통해 일본 도자기 산업의 힘이 된 조선 도자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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