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통한 승진 청탁 사건 발생
일탈이라기엔…계급정년에 ‘바늘구멍’ 승진
“다른 공무원보다 승진 경쟁 치열”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승진과 관련된 경찰 내 일탈에 대해 경찰의 승진제도가 원인 제공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보다 계급이 많은 데다, 계급정년이 있어 경찰이 승진에 목숨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실장인데” 사칭 브로커 등장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브로커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 서울 소재 경찰서 A 과장은 현재 정상 출근하고 있으나,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정 계급인 A 과장과 접촉한 브로커는 지난해 12월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자신을 ‘청와대 실장’이라 소개한 뒤, “A 과장을 총경 승진 명단에 포함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경은 주요 지역 경찰서장, 경찰청 본청·시도경찰청 과장 등을 맡을 수 있는 계급이다.
서울 소재 경찰서 B 과장도 같은 브로커를 통해 청탁을 했다고 알려졌으나, B 과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경기 하남경찰서 C 경감이 같이 근무하던 경장 2명에게 자신이 승진에 힘썼다며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C 경감이 실제 승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내 승진 문제는 경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을 정도로 해묵은 문제다. 경찰 계급은 일반공무원보다 계급 단계가 많은 11개로 구성된 데다, 계급 정년 내 승진하지 못하면 만 60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계급에서 퇴직해야 한다. 경찰은 경정 계급 이상부터 ▷경정 14년 ▷총경 11년 ▷경무관 6년 ▷치안감 4년 ▷치안총감 2년의 계급 정년을 두고 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논란됐던 총경 계급 승진은 지난해 87명만 승진할 정도로 제한적이다”며 “승진을 못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찰은 쉽게 패배감을 느끼고, 경찰 생활도 즐겁게 할 수도 없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경찰들은 승진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승진인데 ‘불공정’ 인식도
승진 인원이 ‘바늘구멍’인 데다 승진 심사상 평판 등에 의존해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계급별 인원은 ▷치안감 이상 34명 ▷경무관 65명 ▷총경은 551명으로, 고위직은 전체 경찰 조직(12만6227명) 중 5.1%에 불과하다. 경정 계급까지는 시험을 통해서도 승진할 수 있으나, 총경 이상은 심사 승진만 가능하다.
2020년 2월 펴낸 한국경찰학회보에 실린 정철우 경찰대학 경찰학과 등이 저술한 논문 ‘경찰 승진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경찰은 심사 승진에 주관적 판단이 작용한다고 여기고 있으며 ,특히 ‘평판’이 심사 요소에 들어가는 것을 불공정하다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승진이 중요하기는 하나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소재 경찰서에 근무하는 D 경감은 “경찰은 옷만 봐도 자신의 계급을 알 수 있어서 승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목숨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시작이 늦은 대신 승진도 늦지만,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 승진에 불만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승진에 유리한 근무지를 배정받는다거나, 누군가의 연줄을 잡아야만 승진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다른 공무원보다 강하다”며 “잇따라 발생한 사건이 예외적이긴 하나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보여준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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