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발동 사건…논란만 남기고 수사 끝
채널A 기자들 기소하면서 한동훈 ‘공모’ 못 적어
기자들 1심 무죄…법원, 검언유착 실체없다 판단
전 수사팀 보고에서 지검장 결재 미뤄지며 장기화
현 수사팀 보고 진위 논란 이후 사건처리 급물살
차장·부장회의 거쳐 결국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기자와 검사장이 유착해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2년 만에 종결됐다.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검언유착’이라 규정하며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사안이지만, 정작 의혹 당사자인 기자들은 무죄를 받았고 유착 상대방으로 지목된 검사는 무혐의로 끝이 났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가 채널A 기자들과 공모해 취재원을 협박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고발된 한 검사장 사건을 6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그동안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려온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2020년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2년이 걸렸다.
'장관-총장 대립' 숱한 논란…기자들 1심 무죄
이 사건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검찰 내 처리 과정의 잡음 등 숱한 논란을 낳았다. 수사 시작 3개월이 지난 2020년 7월에는 사상 두 번째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기도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 사안을 ‘검언유착’이라 규정하며 국회에 출석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검찰은 이동재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는 공소장에 기재하지 못했다. 이 전 기자는 후배 백모 기자와 함께 ‘가족 수사를 막아줄 테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이야기하라’며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돼 재판받던 이 전 기자는 6개월 구속 만기를 하루 앞두고서야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을 받았다. 검찰 통계를 살펴보면 강요가 아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전례를 찾기가 어려운데도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이 발부돼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보석신청을 받고서 4개월간 아무 결론을 내지 않다가 구속만기를 하루 앞둔 날 석방한 1심 판사는 변론도 마무리하지 않고 지난해 2월 정기 인사로 이동했고 담당 판사가 바뀌었다.
이후 지난해 7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홍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강요 행위로 적힌 사실은 개별적으로 강요죄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전해들은 ‘신라젠 수사 처벌 가능성’을 인식했더라도 중간 전달자에 의해 피해자에게 왜곡이 됐다”고 밝혔다. 또 ‘검언유착’ 역시 구체적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시작 2년 만에야 한동훈 무혐의 결론
하지만 이 전 기자 등의 1심 판결이 나고 2심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 검사장 사건에 대한 수사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2020년 여름 정기인사로 정 전 부장이 이동한 후 변필건 전 중앙지검 형사1부장(현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이 여러 차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재를 요청했으나 당시 중앙지검장이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결재하지 않았고 수사는 장기화됐다.
종결 시점이 불투명하던 한 검사장 사건은 현 수사팀이 이정수 중앙지검장에게 무혐의 의견을 보고했다가 ‘일주일만 기다려보자’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급물살을 탔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보도가 나온 이튿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이 사건 지휘권 복원을 검토했으나, 수사지휘권을 다시 발동해 총장의 지휘권을 되살린 뒤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오해의 우려가 있다며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중앙지검은 결재보고 진위 논란에 대해 지난 1일 “최근 수사팀 단계에서 사건처리에 관해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나, 지검장까지 정식 보고되지는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이에 대해 반려한 사실도 없다”며 정식보고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란 이유를 밝히며 수사팀에 수사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사실을 알렸다.
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4일 이 지검장에게 사건을 보고했고, 이 지검장은 6일 차장·부장 전체회의를 연 뒤 한 검사장에 대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중앙지검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해 “2020년 6월 최초 시도 이후 22개월, 지난해 7월 재시도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현재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 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비밀번호를 해제하려면 설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로 현재 기술력으로는 해제 기간조차 가늠할 수 없다”며 “재차 장기간에 걸쳐 무한정 해제를 시도하는 것은 수사 상당성 측면에서 적정한지도 의문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2년의 수사에도 결국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유착해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의 실체는 나오지 않았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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