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주창하며 출범한 지 어느덧 절반 가까이 흘러 6월이면 후반기 원구성이 예정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여소야대의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진통도 예상된다. 전반기 국회에서 다뤄졌던 입법 쟁점들은 새로운 상임위원회 구성에 따라 연속성을 잃고 입법의 추진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정치 환경의 변화로 입법 추진력을 잃은 법안들이 자동 폐기돼 사회·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국회는 전반기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충분히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입법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게 처리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본질적 논의에서 벗어나 정치환경의 변화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편중된 의견 수렴만으로 입법적 논의가 중단되거나 법안 자체가 폐기된다면 그동안의 입법적 논의 과정 자체가 물거품이 된다. 다시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불필요한 소모적 논의가 반복될 우려도 없지 않다. 21대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발의된 ‘망 이용료 법안’이나 ‘플랫폼 법안’은 최신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던 대표적인 법안이다. ‘플랫폼 법안’은 초대형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이용 사업자·최종 이용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들어 플랫폼 시장이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망 이용료 법안’은 글로벌 CP의 국내 망 무임승차 논란을 해결하고 CP와 ISP 사이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망 이용 및 대가에 관한 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됐다. 법원 판결에 힘입어 그 입법 추진의 정당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대선을 거치면서 플랫폼 업계로부터 자율규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플랫폼 입법의 중단의 목소리가 언론에 주로 노출되고 있다. ‘망 이용료 법안’은 해묵은 통상 이슈를 제기하면서 입법 중단 목소리가 해당 산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플랫폼의 자율규제는 필요하고 선행돼야 한다. 타국과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고 국내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제기가 열린 토론을 거친 합리적인 주장인지, 정치 환경의 변화에 편승한 특정 이해관계자만의 일방적 주장인지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신중히 논의되고 판단돼야 한다. EU나 초대형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플랫폼의 불공정 이슈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의 플랫폼 입법의 필요성과 적절한 방향 등에 대해 입법적 논의는 지속해야 한다. ‘망 이용료 법안’의 경우에도 통상마찰을 중요한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기업에 비해 외국 기업에 대해서만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통상마찰로 보기 어렵다.

국회는 충분한 논의가 되었거나 사회적 합의에 다다른 법안은 후반기로 미루지 말고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 또한 후반기 원 구성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는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추진해왔던 다양한 법안들에 대해서 건전하고 합리적 논의를 지속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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