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단계 구속기간 10일로 축소
“중대사건, 불기소 선택은 불가피”
수사권 박탈 법안이 시행되면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수사 개시가 가능했던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현직 특수수사 전문가들은 특히 수사권 박탈 법안 통과 이후 검찰 단계 구속기간이 열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대범죄 기소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시절 ‘모뉴엘 금융사건’을 수사했던 김범기 변호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여당의 논리대로라면 검찰 구속기간은 수사권도 없는 검사가 아무런 수사나 조사도 못하고 단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을 지내며 특별수사를 맡았던 23년 경력의 전직 검사다.
더불어민주당이 박홍근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경찰 단계에서 구속수사 기간이 최장 20일, 검찰 단계에서 10일로 규정돼 있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현재 경찰에서 10일, 검찰에서 20일로 돼 있는 구속기간이 뒤바뀐다. 문제는 수사권 폐지 법안 시행 이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10일의 구속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기소 여부 검토인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검사는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 같은 중대범인을 얼굴 한 번 못보고, 한마디 물어보지도 못하고서 경찰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와 구형을 정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살인, 강도, 주가조작범, 뇌물수수 공직자, 수천억원대 횡령 배임 기업가, 다수의 서민피해 야기한 수십명의 공범이 있는 사건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혐의를 입증하고 공판에서 공소유지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에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냈던 한 변호사는 “기자도 본인이 직접 취재하지 않은 것을 기사로 쓸 수 없는 것처럼 검사도 자기가 수사하지 않은 것을 단순히 기록만 보고서 기소 확신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열흘 안에 판단해야 하는데 기소 확신이나 유죄 입증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사건, 공직자 뇌물 사건 같은 중대범죄 사건은 불기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의 한 검사장은 “특수사건이라고 하는 중대범죄 사건의 경우 열흘 안에 기록을 다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런 사건들은 기록을 트럭으로 실을 정도로, 기본이 수십권에서 수백권 이상”이라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경우 수사 기록은 A4용지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소를 하더라도 유죄 입증을 위한 공소유지 역시 ‘첩첩산중’이란 지적이다. 수사를 맡지 않았던 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데다 유력 증거가 되는 사건 관계인의 진술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사건은 대부분 직관을 한다”며 “사건이 복잡해서이기도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한 진술 번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를테면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가 진술을 바꿔 결국 돈을 받은 사람이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 진술로 피고인이 유죄를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수사단계에서 조사한 검사를 법정에서도 보면 진술을 뒤집기가 쉽지 않지만, 처음 보는 검사가 물으면 부채감도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위증을 피해가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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