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장검사회의 주목
전국의 평검사들이 대표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정면 비판했다. 검사들은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가 생길 것이라며 여당을 향해 “국민 공감대를 얻는 개혁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는 20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날 전국 일선 청에서 대표로 207명의 평검사가 모였고, 회의는 이날 새벽 5시께까지 10시간 넘게 이어졌다. ▶관련기사 4·5·22면
대표들은 “성폭력 범죄, 강력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다수의 민생범죄, 대형 경제범죄 등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더 는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선 “검사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게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검사의 판단을 받고 싶어 이의를 제기해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없애 버렸다”고 설명했다.
위헌성 지적도 이어갔다. 이들은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강제수사를 위한 직접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음에도 ‘검수완박’ 법안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검사의 수사권과 영장 직접청구권을 모두 박탈하는가 하면, 경찰의 직접 영장청구권까지 인정하고 있어 헌법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검사는 독자적으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경찰이 신청해야만 법원에 발부를 요청할 수 있다. 헌법은 영장주의를 정하면서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발부한다’고 규정한다.
대표회의는 “그간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조차 사법체계의 대혼란과 부패범죄 대응력 약화를 이유로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닫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평검사들은 심도 있는 논의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10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에선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할 것인지, 검찰 수뇌부 사퇴를 요구할 것인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가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격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전체적인 맥락을 저해한다고 보고 공식 입장에 넣지는 않았다.
산발적으로 일선 청별로 평검사회의가 열린 적은 간혹 있었지만, 전국 단위의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2003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반발한 이후 19년 만이다. 평검사회의에 이어 20일에는 같은 형식의 부장검사 회의가 열린다. 일선 수사 주체인 평검사와 달리 지휘라인에 있는 부장급 간부들도 단체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자체적으로 국회의장과 대통령에게 전달할 호소문을 이날까지 취합할 계획이다.
사표가 반려된 김오수 검찰총장은 18일 대통령 면담에 이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회에 출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김 총장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는 것은 상처를 더 곪게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제도 안착의 중요성 ▷위헌 소지 ▷송치사건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 ▷중요범죄 직접수사 폐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법안대로라면 그나마 예외적으로 하던 직접 보완수사도 못하게 되므로 전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핑퐁식 무한 이송 사태가 계속될 수 있고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또 부패범죄 등 6대범죄 수사를 못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선 “중요범죄 수사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좌영길·안대용 기자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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