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2011년 ‘아랍의 봄’의 발원지 튀니지에서 자유경선을 통한 사상 첫 문민 대통령은 내달말 최종 결선 투표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시행된 대통령 선거 투표 종료 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세속주의 성향의 원로 정치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87)와 이슬람계의 지지를 받는 반체제 인사 출신 몬세프 마르주키(69) 후보 모두 과반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세속주의 원로 정치인과 이슬람 세력의 대결로 압축된 역사적인 튀니지 첫 대통령은 내달 28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확정된다.
출구조사 결과 에셉시 후보의 득표율이 47.8%로 가장높았고, 마르주키 후보는 26.9%로 나타났다고 AFP는 전했다.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첫 자유 경선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528만명의 유권자의 최종 투표율은 60%였다.
에셉시 후보는 세속주의 성향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 지도자로 구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경험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시민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에셉시가 이끄는 니다투니스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해 제1당을 차지했다. 에셉시는 부르기바와 벤 알리 정권 당시 고위 공직을 맡기도 했으나 세속주의 세력 사이에서는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니다투니스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약 38%에 해당하는 85석을 확보했다. 집권 여당이었던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당은 68석(약 31%)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인권운동가 출신인 마르주키 후보는 아랍의 봄 여파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임시 대통령을 맡았으며,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마르주키는 튀니지 독재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으로 명성을 쌓은 대권 주자다.
벤 알리 집권당시인 1994년에는 선거 결과에 항의해 투옥됐다가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에 4개월 만에 풀려난 후 프랑스로 망명길을 떠났다.
마르주키는 약 3년 후 튀니스로 돌아왔지만,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탄압으로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2011년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귀국해 제헌의회 투표를 통해 제한적 권한을 지닌 임시 대통령에 선출됐다.
한편,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중동권에서 민주적 이행 과정의 표본으로 꼽혀 이번 대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튀니지는 지난 2월 중동ㆍ아랍 국가의 헌법 가운데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헌법을 채택했다는 평을 들었다.
튀니지의 새 헌법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하고 있지만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법의 근간으로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법 앞에서 남녀의 평등을 보장하며 여성의 권리도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튀니지는 또 국정 혼란을 종식하고자 지난해 말 집권당과 야권의 합의에 따라 올해 총선과 대선을 시행하게 됐다.
튀니지는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아랍의 봄을촉발시켰으나 3년 넘게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는 혼란기도 거쳤다.
특히 이슬람주의 정부와 세속주의 세력 중심의 야권이 정치적 입장과 헌법 제정, 실업 등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엔나흐다당은 벤 알리 정권 축출 직후 처음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연립정부를 꾸리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2013년 초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두 명에 대한 암살을 계기로 이슬람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다.
엔나흐다당은 올해 총선 시행에 앞서 ‘제2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니다투니스에 패하며 2위를 했다. 엔나흐다당은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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