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점령지역 편입 속도전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지역 대상
획득 절차 간소화 대통령령 서명
점령지역 장기적 통제 의도 드러내
우크라 “국제 규범 위반” 강력반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통해 새롭게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을 러시아로 사실상 편입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헤르손·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통제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친(親)러시아 반군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주민들의 러시아 시민권 획득 절차를 쉽게 만들었던 기존 대통령령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내세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 보호란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또,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육로로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요충지인 헤르손과 자포리자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지 않고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통제 하에 둘 것이란 의도를 러시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앞서 러시아군은 헤르손을 장악한 뒤 현지에 친러 성향의 민군 합동 정부를 세운 바 있다. 지난 11일 민군 합동 정부 부책임자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기자회견을 열어 “헤르손주를 러시아 연방의 완전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푸틴에 요청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 내 특정 지역에 대한 러시아 시민권 발급이 해당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개입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조지아 내 분리주의 지역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야,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에 러시아 시민권 수십만개를 발급했다. 이후 러시아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군사 개입을 한 바 있다.
인권단체 크름SOS의 예벤 야로셴코 분석가는 “러시아 시민권을 발급한 헤르손·자포리자 지역 우크라이나인 러시아군 병사로 징집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함으로써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일시 점령된 헤르손·자포리자에 대한 러시아 시민권 발급 조치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보전 원칙은 물론 헤이그협약이 정한 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국제적 규범까지 위반하는 조치”라며 “러시아의 움직임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시민권자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통제해야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시민권 발급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헤르손·자포리자 주민에 대한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제압하고 정복하려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어떠한 강요적 움직임도 거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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