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는 만큼 저렴한 값에 위스키를 살 수 있는 MZ 주당들의 성지, ‘남대문 던전’(남던)을 소개한다. 연휴에도 꼬박꼬박 문을 여는 이곳 남던에서 홈술·홈파티에 곁들일 위스키 쇼핑에 나서보자.
남던은 남대문시장 4길 종합상가 지하층을 중심으로 포진한 수입주류 판매상가를 말한다. 마트에 없는 위스키를 발견하고 뜻밖의 에누리를 쟁취하는 기쁨도 크다.
단,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미로 같은 모험의 공간인 ‘던전’과 남대문을 합친 무시무시한 이름처럼 짙은 야생의 냄새가 풍기는 공간임은 명심해야 한다. 떼인 돈도 대신 받아다 줄 것 같은 구씨 같은 파트너와 동행하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가격 정보로 무장한 용자에겐 기회의 땅이 될 것.
“언니 팔찌 한번 보고가~” “언니 이거 하나 먹어봐”
적극적인 모객 행위로 방문객을 유혹하는 상점들과 달리 수입주류 판매점 직원들은 대체로 시크한 편이다. 종합 상가내 다른 품목과 비교하면 연령대도 낮다. 고객에게 웬만한 주당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소 심드렁하게 응대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MBTI ‘I’로 시작하는 내향형 소비자들은 크게 연연해 하거나 상처 받지 말 것.
흥정에는 주류 판매점 사장님과의 속칭 ‘케미’도 중요하다. 이 가게에선 승산이 없겠다는 '촉'이 온다면 시간 낭비 말고 다음 가게로 이동하면 된다.
마트·편의점 등 시중 유통채널 가격 체크는 필수
남던은 아는 만큼 득템할 수 있는 곳이지만 시중 유통 채널과 비교해 터무니 없는 가격까지 흥정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무엇보다 초보자들은 발품만 팔고 가까운 유통 채널보다 비싼 값에 술을 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사중가를 미리 알고 가야 하는 이유다.
이날 대중적인 버번 위스키 가운데는 짐빔 1L를 2만원 중반에 잭다니엘(750ml)은 3만원선에서 살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시중 유통채널 대비 저렴한 가격대였지만 한 병만 산다면 시간을 내 찾아올 정도의 메리트는 없었다. 한 가게에서 여러 품목을 사면서 종합적으로 에누리를 시도하는 경우가 승산있어 보였다.
일부 품목들은 시중 유통채널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다. 9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나 창고형 도매 할인점 등에서 1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셰리 캐스크(Sherry Cask) 위스키 일부는 이곳에서 13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10만원 초반대를 기대했던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 위스키는 20만원까지 나갔다.
“기대한 가격이 아니다”라는 반응엔 코로나 이후 인기 품목은 ‘없어서 못 판다’는 하소연이 뒤따랐다.설상가상으로 위스키 원재료로 쓰이는 보리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0% 가까이 치솟았다.
“저기 가게 중에 제일 정직한 집이 어디냐면…”
흥정 스킬이 부족해 최대한 믿을 만한 상점에 가고 싶다면, 같은 종합상가 내 다른 품목 판매상들을 상대로 ‘평판 조회’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의류·식품 등 상가 내 다른 가게에서 쇼핑을 하면서 슬쩍 술 사러 왔다고 흘리는 식이다. 상인들이 슬쩍 귀띔하는 상회를 찾아 아는 사람끼리 연결, 또 연결하는 ‘믿음의 벨트’를 시험해 보자. (종합상가 내 평판 점수 상위를 차지하는 가게는 대체로 한 두 곳으로 수렴한다. 온라인 서치를 이용해도 좋다).
“던전 같은 이곳서 술 사는 용자는…”
아는 만큼 얻어가는 남던을 자신 있게 찾아오는 용자들은 상당수가 MZ세대다. 이들은 주당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근 시세를 공유하고, 상인들에게 문의한 가격을 수집해 시세표를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에 찾은 가격 정보로 무장한 채 상인들과 흥정에 나서는 것.
이날 주류판매점을 찾은 프리랜서 이모(29) 씨는 “코로나 사태로 원활한 수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메리트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술을 운 좋게 구하거나 그날그날 예상 외로 저렴한 품목이 보이면 산다”고 말했다. “살 생각이 없던 술을 갑자기 추천해준다고 덥썩 사면 손해 보는 일이 생기니 정신 차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P.S ‘남던’ 방문한다면…남대문 칼국수 골목서 한끼
입구를 들어서면 칼국수집만 줄줄이 늘어선 또 다른 던전이 있다. 주소로는 중구 남창동 64-13. 최근 밀가루 값 폭등으로 가격이 올랐다. 오른 가격이 8000원이다. 칼국수를 시키며 수제비 조금만 넣어달라 졸라도 되고, 배고프니 양껏 달라 말해도 군소리 없이 그릇이 넘칠 만큼 담아준다. 갈치조림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남대문 시장 대표 음식.
“나이가 몇이냐” “결혼했느냐” 쏟아지는 질문 세례가 부담스러울 법 하지만, “(나이)많아요”하는 대답에 “난 칠십”이라 되받아치는 너스레에 ‘의문의 1패’. 정겹다. 계절은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시원한 냉면과 보리밥이 함께 나와 사시사철 갈 만하다. 선풍기와 에어컨 구비. 자리는 협소.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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