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사태 한 달
합수단 수사 착수했지만 난항 많아
가상화폐 특성상 ‘사기’ 입증 어려워
사건 핵심 권도형 대표는 행방 묘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가상화폐 ‘루나·테라 USD(UST) 폭락 사태’가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검찰은 가상화폐 구매자도 실체적인 ‘사기 피해’를 입었다 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특성상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최초 발행 당시 루나 코인을 구매했다 폭락으로 손실을 본 경우도 사기 피해로 볼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 사건을 형법상 사기죄로 보기 위해서는 정교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하지만 루나 코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매수한다 해서 매수 금액이 테라폼랩스나 권 대표에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최초 발생 당시의 코인을 구매한 투자자들’로 한정지은 이유도 이들은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을 직접 매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권 대표가 루나·테라 시스템상 허점을 알면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현재 남부지검에는 관련 고소·고발장이 다수 접수됐다. 이달 초까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대건, 네이버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 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고소·고발했고, 예상 피해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루나·테라 코인이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 기반형’인 테라·루나 코인은 코인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서로의 코인을 교환하면서 공급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공급량을 조절하는 코인 역시 안전자산이 아니라 담보자산이라 여기기 어렵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으로 총 발행량을 조절해서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본다”며 “담보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페깅(가치 안정·pegging)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권 대표의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 대표를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하려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제도 상에서 ‘금전’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라 권 대표가 유사수신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합수단은 테라폼랩스에 코인 최초 발행과 거래 내역 자료를 제출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라폼랩스 한국지사 법인은 해산한 상황이라 해외 체류 중인 권 대표를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권 대표는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루나·테라 코인 사태는 루나 코인이 지난 5월 9일부터 원인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다 4일 뒤인 13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거래가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 14일 권 대표는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뒀다”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5월부터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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